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 FTA의 지구정치경제학
홍기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변화를 외치는 오마바 씨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영화에서 가끔 현실성없이 등장하는 흑인 대통령(사실 반은 백인이지만...)~!

오만함에 눈이 먼 미국이란 나라의 실력 좋은 안과 의사가 되길 바란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한국의 보수층/신자유주의자들은 난리가 난 것 같다. FTA 때문이다.

비준한다 만다 다시 화제로 떠오른 한미 FTA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다.

홍기빈 씨가 지은 '투자자-국가 직접 소송제'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렇게 딱딱한 제목의 책을 감히 어떻게 읽게 되었을까? 일단 녹색평론사라는 출판사를 믿고 구입했다.

사 놓고도 한참을 책장에다 숙성시키다가 문득 손이 가서 펼쳐들게 되었다.

그런데.... 불과 이틀만에 다 읽을 만큼 쉽게 씌여져 있는데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할 문제들이 가득하다.

(안타깝게도 제목 덕분인지 2년 전에 출간되었고, 올해 구입했는데도 초판 1쇄이다.)

 

투자자 - 국가 직접 소송제도는 말 그대로 FTA를 맺은 나라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송이다.

자본가가 상대방의 나라에 많은 돈을 들여서 투자를 했는데, 상대방 국가에서 그 자산을 국유화 해 버린다면 투자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 국가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굉장히 상식적이고, 올바른 제도 인 것처럼 보이는데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이 책을 보니 그것이 그렇지만은 않다.

 

이 제도는 신자유주의적인 기초 위에서 태어났다.

신자유주의는 국가와 기업 중 기업의 힘이 강하고, 정의나 공공성 보다는 돈과 사적 이익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이렇게 강해져 버린 투자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보호받기 보다는 이 제도를 가지고 국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책에서 나온 예를 살펴보자.

나프타에는 국가 소송제가 포함되어 있다. 당하는 쪽은 물론 멕시코나 캐나다이다.

멕시코의 한 마을...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에 미국 투자자가 투자를 했다.

독성 폐기 물질을 묻거나 하는 시설인데 당연히 주민들은 반대했고, 지방 정부도 이 시설에 대한 허가를 거부하였다.

미국 투자자는 자신이 지은 시설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피해에 대해서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다.

중재 결과는? 멕시코 정부는 이 미국 투자자에게 1,6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린다.

투자자의 이익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는?

중재심판소는 '환경이나 지역주민의 이익은 본 심판소의 고려대상이 아니다. 단지 투자자의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판단한다."고 했다.

 

국가가 투자자의 자산을 수용해 버리는 것을 막아 준다는 이 제도는 사용 여부에 따라 무시무시하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의 '자산'은 장기적인 이익과 관련된 모든 관계들을 일컬으며, '수용'이라는 개념도 굉장히 포괄적으로 적용한다.

국가는 투자자를 향해 소송을 할 수 없고, 국내법보다 우월하게 작동되기에 주권을 넘겨주는 꼴이 된다.

이 심판소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법정과는 달라서 매우 비밀스럽게 작동하며, 판례라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다.

투자자들은 소송비용만 감내하면 상대방 국가로부터 엄청난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제도이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여러 주체들이 달라붙어 소송을 벌일 수 있고, 소송에 유리한 지역을 지배구조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

소송 의향서만 보여줘도 알아서 투자자에게 불리한 규제를 푸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조항은 한미 FTA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에게도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본의 힘이나, 협상의 힘, 네트워크의 힘 등등 뭐하나 미국보다 앞설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하면, 이 제도는 재앙에 가까워 보인다.

 

호주는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이 제도를 제외시켰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투자자들을 보호해 줘야 외국인들이 투자하지..." 혹은 "원래 제도의 취지대로 돌아갈꺼야...."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

체코와 아르헨티나, 캐니다, 멕시코가 당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 공공성을 위한 정책의 실종, 주권의 상실에 준하는 수많은 소송 사례들은 우리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천진난만한 지를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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