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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제단 - 개정판
심윤경 지음 / 문이당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작가의 모든 책을 찾아서 읽는다는 것은 책을 고를 때 꽤나 신뢰할 만한 정보다.
내가 녹색평론사의 책들은 저자가 누구인지 가리지 않고, 사서 읽는 것처럼 말이다.(후마니타스와 필맥 등의 출판사도 믿음이 간다.)
누군가가 자신은 심윤경의 책을 꼬박 다 읽었다고 진지하게 쓴 글을 보고,
어느 순간부터 형성된 "소설은 도서관에서 빌려본다"는 행동의 습관을 깨고 '달의 제단'을 구매했다.
작가는 머릿말에 가슴의 뜨거움조차 잊어버린 쿨한 세상의 냉기에 질려버렸다며,
이 소설 '달의 제단'을 읽고 혹시 독자들이 불편하다면, 자신이 추구한 절실한 뜨거움의 일부로 용서받고 싶다고 했다.
타고나기를 뜨거운 열정은 없고, 세상에 대해 점점 냉소적이 되어가는 것 같았던 내게 이 머릿말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불쏘시개로 냉골이 되어가고 있는 내 마음에 군불이라도 지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내내 불편했다.
신파조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과 행동의 과잉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의 스메르차코프를 연상시키는 상룡이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반복할 때도,
효계당이라는 전통의 상징이 예전 편지글, 할아버지와 함께 모두 불타 사라질 때도,
이 과하게 뜨거운 시선에 마음으로 공감할 수 없었다.
'뜨거운 것은 모두 싫다'는 의미가 아니다.
뜨거운 이야기에도 개연성과 공감을 위한 세련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와 같이 구조주의적인 시각으로 이 소설을 분석한다면 오히려 그 가치가 높아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뜨거운 소설을 뼈대만 있는 차가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