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 - 가장 한국적인 시각, 가장 현실적인 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바라본 최초의 책!
세일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는 매우 친절한 책이다. 책이 경어체로 작성되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친절의 이유는 아니다. 친절하려면 그 분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흐름을 꿰뚫어 보고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친절을 베풀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세일러다. 물론 필명이고 꽤나 유명한 인터넷 경제 논객이라고 한다. 지난 번에 읽은 SDE의 '공황전야'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는데, 세일러라는 분의 생각이 좀더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본명으로 책을 저술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깝다.

 

세일러의 경제 독해가 다른 분들의 책과 가장 차별화 되는 요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신용창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자세하게 들어보니 고등학교 때 정치/경제라는 과목에서 배운 한도막임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맥락없이 나열된 그 신용창조라는 과정이 실제 경제에서는 작용하고 있는지를 저자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신용창조'의 신용은 빚의 다른 말이다. 은행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된 유동성 창조의 수법인데,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논리적 혹은 도덕적 뿌리는 상당히 허약하다. 자본주의의 핵심이자 인체와 비교할 때는 '피'로 생각되는 '돈'이 돌아다니는 방식이 이렇게 허약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은행업이라는 것이 호시절에는 땅짚고 헤엄치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불황기에도 심장이 멈추면 결국 다 죽는다며 세금으로 메워주니 불황도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

 

뱅크런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은행에 가서 내가 맡긴 내 돈 달라면 은행이 망한다는 것. 아니 맡긴 돈이 있는데! 왜 달라는데 못줘? 여기에 바로 신용창조의 기법이 들어있다. 월가에서 문제가 되었던 일종의 폰지사기와도 비슷한 논리라고 한다.

은행에 본원통화 5,000억원이 공급되면(누군가 예금을 했다면...) 은행은 법적 지불준비율 3.5%인 175억원만 남기고 4,825억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할 수가 있고, 그 대출받은 사람이 4,825억원을 은행에 넣어 놓고 쓰게 될 때, 또 다시 3.5%만 떼어놓고 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한다면 5,000억원은 최대로 13조 7857억원으로 늘어나 세상에 유통되게 되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닥치고 신용경색이 우려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용창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시장에서 통화의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SDE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원화와 같이 기축통화로 사용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사용하고,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는 정책을 사용하게 되면 공포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닥친다고 경고했던 것에는 이 신용경색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선제적이고 무제한적인 달러의 공급을 이야기 하지만 돈이 없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신용경색의 이유이다.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지급준비율을 3.5%로 낮춰 잡아도 된다고 정했을 때부터 우리는 이러한 환상적인(?) 유동성이 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결국 돈이란 것도 통화량에 따라 가치가 오르내리는 것이다. 중국 작가가 지은 "화폐전쟁"이라는 책의 Currency란 구체적인 화폐가 아니라 통화량을 말하는 것인듯 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이 통화량을 교묘하게 조절해 나가면서 제도권 내에서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을 그려낸 것.

 

이 책의 저자는 이 신용창조의 문제 뿐 아니라 한국 경제가 혹은 세계 경제가 당면한 여러가지 변수들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그 결과로 나타날 통화량의 정도 즉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친절하게....

 

('신용창조'에 대해서 고등학교 때 제대로 배웠다면, 이런 문제의식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 데, 현상은 알려주고 그것이 가진 함의를 이야기 해주지 않으니 그저 들어 본 정도로 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교육은 사람들의 창의력을 억압하는데 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정작 내가 그 피해자였다니! 이 기본적인 내용과 그 함의를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을텐데.... 그런 사람들은 제대로 경제를 운영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되는데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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