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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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여자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에세이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고종석의 신간이다.

서문에서 고종석은 자신을 '자이노파일(gynophile)' 이라고 규정짓고 책을 시작한다. (자이노파일은 여자를 애호한다는 뜻.)

이 선언 이후에 책에는 그가 애호하는 서른 네명의 여인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매력적인 실제와 가상의 여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출몰하다니.... 이건 상당히 멋진 기획이다.

책 제목도 적절하게(납득할 수준으로) 자극적이다.

하지만! 이 책이 성공한다고 할지라도 후속작으로 <고종석의 남자들>을 펴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종석 급의 여류 에세이스트가 <ㅇㅇㅇ의 남자들>이라고 하는 것도 썩 좋지는 않다.

그만큼이나 여성들은 역사 속에서 희소한 존재였다. 실제의 삶에서가 아니라 기록된 삶인 역사 속에서 말이다.

 

작가가 뽑은 34명의 여성들은 모두가 혁명적이다. 남자건 여자건 역사는 순응하고 안주하는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나 클라라 체트킨은 그 자체가 혁명의 아이콘이다.

흑인으로서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로자 파크스도 상식과 잘못된 문화에 적극적으로 대항했다.

76년 생 젊은 나이에 이민온 흑인 여성으로 프랑스에서 장관직을 맡고 있는 라마 야드에 대한 관심이나,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여성인 오프라 윈프리를 빼 놓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부커상 수상 이후 노암 촘스키나 하워드 진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는 인도의 여성 작가 아룬다티 로이.

역사상 최초의 소설이라고 불리울 만한 [겐지이야기]를 지은 무라사키 시키부.

2003년 독일 텔레비전이 뽑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독일인 4위에 뽑힌 죠피 숄.

(그녀는 오빠와 함께 나치즘에 저항하는 활동을 하다 처형당하였으며, 잉게숄의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의 주인공이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와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아내이자 그들에게 초현실적인 영감을 주었던 갈라.

자신의 죽음으로서 전세계 노동자들의 지독한 현실을 개선하고, 5월 1일을 메이데이로 만들었던 마리 블롱도.

다른 해에 태어나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봉사하며 살다가 같은 해(닷새 차이로)에 생을 다했던 다이아나와 마더 테레사.

플라톤에 의해 열번째 뮤즈로 칭송받았고, 지금에는 레즈비언(그리스 섬 레스보스 출신)이라는 단어로 친숙해 진 최초의 서정시인 사포.

대중과 소통하며 한시대를 풍미했던 예술혼을 가졌으되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윤심덕과 최진실.

등등.

 

이들은 자이노파일 낭만주의자 고종석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여성들이다.

낭만적으로 불꽃같이 살다 간 혹은 살고 있는 이 여성들은 그들이 성에 대한 편견과 상관없이

얼마나 자유롭고, 강인하고, 용감하고, 명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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