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시작부터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미세 권력을 연구하기 위한 그들의 방법론 속에는 꽤 많은 통찰이 섞여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나 풀어보자.

거대한 도시 국가 아니 건물 국가인 빈스토크에서 권력을 연구하기 위한 매개체는 고가의 술이다.

선물로는 활용되지만 선뜻 까서 마시기에는 아까운. 그래서 다시 어떤 사람에게 선물하는.

전자 태그가 붙어있는 이 술병들이 어떤 경로로 선물되고, 결국 어디에 모이는 지를 보는 기발한 연구.

 

대학교 1학년때 간 유럽 여행에서 사온 양주가 아버지의 주치의에게 전해졌던 생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작가 배명훈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만다.

이 연구는 HBO 드라마 와이어(the wire)에서 마약이나 자금을 횡령하는 내부인을 잡기위해 주급을 끊고,

가장 늦게 까지 싫은 소리 안하는 녀석들을 용의선상에 올리는 흑인 마약조직의 브레인 만큼이나 대단하다.

 

이것 말고도 부동산이 돌아가는 상황, 평파와 직파가 나뉘어 벌이는 힘싸움, 사막에 떨어진 조종사를 찾기위한 클라우드 소싱 등등

작가는 기발하고도 그럴듯한 우화를 연작소설의 형태로 척척 지어낸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소설가가 아닌가 싶다.

테리 길리엄이 만든 영화 "브라질"이 생각날 정도로 잘 설정된 공간과 시간의 기묘함은 대단한 감흥을 준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바로 그 '타워=빈스토크'라는 공간 말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의 기막힌 상황설정도 좋은 편이다. 그 창조된 공간의 감흥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특정한 상황을 맞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다소 밋밋하고 개성이 떨어진다.

그 공간과 상황에서는 좀더 기발한 인간 군상들이 존재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가야 더 훌륭한 수준의 소설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 젊고,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소설가의 다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더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이 작가는 젊고, 지성과 감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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