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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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는 변화만을 주목한다. 물론 '지속'이나 '유지'와 같은 단어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항상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쇠락하고 무너지려는 속성 다시 말해, 일종의 죽음으로의 욕망(타나토스)의 힘 역시 대단하기 때문에 이것을 이겨내고 지속하고 있는 것에는 큰 힘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프랑스에는 "더 많이 변할수록 더 똑같은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겠는가?
외부의 도전에도 대처할 유연한 적응력을 가지며, 내부적으로 더 많이 변화할 수 있는 능력만이 그 존재를 더 같은 형태로 '지속'시킬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지속'의 이면 속에 존재하는 내부의 역동의 위대함을 잊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리고 역사는 항상 변화를 주목한다. 

황광우의 책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에서도 역시 역사를 뒤바꿀 정도의 거대한 변화의 순간을 주목한다.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큰 변화의 모멘텀으로는 나침반이나 폭약, 컴퓨터 등과 같은 발명품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제목과 같이 "생각"의 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각의 힘은 그 추상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발명품보다 더욱 극적이다.)

생각들은 대체로 제도 같은 것으로 구체화 되며, 사람들의 행동에 의해 정착되거나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생각들은 개인이나 특정한 집단에서 발의하지만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여 질 때 힘을 얻게 된다. 때문에 이런 생각들은 일종의 시대정신이라고 할만하다.

작가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를 뒤바꾼 생각의 예로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자유민주주의, 민족주의, 파시즘, 유가, 도가, 법가, 실학, 동학 등을 들고 있다.

이렇듯 넓은 스펙트럼의 사상을 포괄하고 있는 이 책의 작가 한광우는 대단한 독서가인듯 하다. 다양한 사상들을 어떻게 깊이있게 이해했을까?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각 사상들의 핵심과 이를 주창한 사람들을 알기쉽게 설명해 가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그의 이해의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아는 사람들은 결코 어렵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넘쳐 흘러서" 책으로 묶어 낸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예술가 백남준은 예술을 "오줌마려운" 것과 같은 종류의 무엇이라고 했다. 표현으로 배출하지 않으면 도저히 안되는 상황 말이다. 독서와 사유는 그를 넘쳐 흐르게 만들었을테고, 그 결과물은 쉽고 흥미롭다.

고전은 고전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반박을 견디고 살아남은 그 힘은 놀랍다.
이 책에서 소개된 많은 사상들이 그 내면의 거대한 힘을 은은하게 표출하고 있다.

아래와 같이 지금 이 세태에 가장 걸맞는 맹자말씀을 한번 보면, 몇 천년을 거쳐서도 유효한 사상의 웅혼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성들이 가장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벼운 존재이다. 이런 까닭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을 얻으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을 얻으면 대부가 되는 것이다.

....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서도 일정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오로지 선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백성에게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을 가질 수 없고, 일정한 마음이 없으면 멋대로 행동하여 나쁜 짓을 저지르기 쉽다. ... 그러므로 훌륭한 임금은 백성의 생업을 만들어 주어 위로는 부모를 섬길 수 있게 하고, 아래로는 처자식을 부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풍년에는 종신토록 배부르게 먹고, 흉년에는 죽음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 글귀를 보면 노자의 생각은 대니얼 핑크보다 도대체 몇 년을 앞선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재능있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지 않으면, 백성들 사이의 경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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