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3 - 상, 하>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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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3 - 상 -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 ㅣ 밀레니엄 (아르테)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박현용 옮김 / 아르테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지막' 이라는 말은 왠지 모르게 아쉬움과 또 다른 기대감,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이름과 닮아 있다. 2008년 7월 [밀레니엄] 이라는 이름과 처음 마주했을때가 떠오른다. 호기심으로 뒤척였던 두 권의 책속에 흠뻑 취해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시작했던 기억이 말이다. 그리고 3개월여 지나 그 두번째 이야기와 마주했고 조금은 시간의 틈을 두고 이제 [밀레니엄]의 마지막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를 위한 작품이 1부 였다면, 2부에서는 역시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매력적인 소녀, 아니 여성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는...
마지막 <밀레니엄> 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의 <밀레니엄>이 사건과 맞닥드리고 여전히 물음표(?)를 간직해왔다면, 그 마지막은 사건이 아닌 사실, 진실과 만나는 시간이자 물음표를 느낌표(!)로 풀어내는 시간이 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모든악' 이라 불렀던 그 실체와 배후가 낱낱이 밝혀진다. 살라첸코와 니더만, 그리고 사포내 비밀조직, 리스베트를 추적하던 미카엘, 의문으로 가득한 살란데르를 둘러싼 의문들이 2부를 통해 조금씩 풀리지만 아직도 그녀를 둘러싼 물음표는 계속된다.
<밀레니엄> 2부의 마지막, 살란데르의 아버지 살라첸코와의 혈전 이후 살란데르와 살라첸코는 미카엘에게 발견되고 병원으로 후송된다. 하지만 니더만은 경찰을 살해하고 도주하기에 이른다. 죽음의 문턱에서 병원에 도착한 살란데르와 살라첸코에게는 또 다른 2ROUND가 기다리고 있었다. 살라첸코에 의해 사포내 일급비밀조직 '섹션'의 등장은 또 다른 대결의 시작을 알린다. 살라첸코팀을 운영했던 비밀조직 '섹션'은 미카엘이 가진 비에르크 보고서를 강탈하고, 권력욕에 빠져있는 엑스트룀 검사를 매수하고 페테르 텔레보리안 박사를 통해 리스베트를 기소하고 그녀를 다시금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빠뜨리려한다.
한편 미카엘은 자신의 여동생인 아니카를 살란데르의 변호사가 되어줄 것을 요청하고 살란데르도 그녀를 받아들인다. 섹션의 지속적이고 전방위 공격, 그리고 미카엘과 살란데르의 효율적이며 적극적인 방어와 반격이 마지막 3부를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살라첸코를 살해하고, 미카엘과 에리카를 죽이려하며, 다양한 분양의 사람들을 매수하는 비밀조직 섹션과 이에 의연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미카엘과 아니카의 활약과 숨막히는 대결이 돋보인다.

초반의 <밀레니엄> 3부는 앞선 1, 2부에 비해 다소 몰입도가 떨어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건을 위주로 진행되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미 벌어진 모든 사건의 조각을 맞추어 나가는 3부이기에 스피드가 약간 떨어지고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다보면 다소 지루한 측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잠시 잠깐이다. 1권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진행되는 '섹션'의 공격이 스토리의 속도를 높여주고 조금은 지루했던 이야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2권 중반 이후에는 기소된 법정에서 '섹션'의 꼭두각시 엑스트룀 검사와 텔레보리안 박사를 강타?하는 살란데르의 변호인 아니카의 활약이 가슴을 시원하게 하고 역시 <밀레니엄>이구나 하는 느낌표를 선물해준다.
<밀레니엄> 3부의 표지가 모든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경찰, 검찰, 국가권력 앞에 벌거벗겨진 리스베트 살란데르! 바로 이것이 표지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인물을 위해 13살 어린 소녀를 감금하고 거의 1년이란 시간을 묶어두고, 정신병자로 만들어버리는 국가권력, 권력의 힘을 믿고 소외된 이들을 이용하고 겁탈하고 약탈하는 지도층이라 불리는 인사들의 흉측한 이면에 대한, 무모하지만 위대한 도전이 짜릿한 전율처럼 우리 몸에 전해진다.
언제나 새로운 작가와 만나는 일을 또 하나의 기대와 그리움을 낳는 일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엄>의 스티그 라르손에게서는 그리움만이 남게된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리스베트 살란데르 라는 정말 특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두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그리움만이 남는다. <밀레니엄>이라는 불멸의 대작을 남기고 마치 연기처럼 사라진 스티그 라르손, 그를 영원히 기억할것이다. 이 시리즈가 영화로도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원작에 충실히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극장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램도...
손을 놓을 수 없다. 눈을 뗄 수 없다. 미카엘과 살란데르, 그 이름이 익숙하다.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무엇하나 쉽게 내려놓고 싶은 것이 없다. <밀레니엄> 그 두번째 이야기를 읽고 이 책에 대해 '열광'이라는 표현을 했었다. 이제 거기에 덧붙여 밀레니엄에 대한 느낌은 그 제목처럼 '천년 소설'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작품... 철학, 감동, 대중성...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재미' 만큼은 탁월한 작품으로 소개하고 싶다.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힘겹게 <밀레니엄>을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