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때면 빼놓지 않고 떠오르는 장소들이 있다. 대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던 부산의 태종대와 군대가기전 친구들과 함께 한 춘천 기차여행, 한달동안 우리나라 해안선을 따라 일주했던 혼자만의 여행, 여친과 함께 했던 정동진 일출, 그리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친구와 둘이 떠났던 제주도 여행... 물론 다양한 여행의 추억들이 있지만 '처음' 이라는, 혹은 '색다른' 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여행은 그만큼 특별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된다. 여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여행은 지치고 반복적인 일상에 대한 작은 의미의 일탈과도 같다.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발걸음을 내딛다 보면, 나란 존재가 자리하던 일정한 틀을 넘어 새로운 사람들과 색다른 풍경, 사람사는 냄새속에서 새롭게 삶을 에너지를 충전하게 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퇴근시간 무척이나 막혀있는 도로의 차들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저들은 무슨 생각들을 갖고 있고 어떤 일들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살아가는 법, 생각하는 것과 다를까? 같을까? 여행은 이런 저런 삶의 무게에 눌린 자신을 잠시 그 무게속에서 빼어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외로움일 것이다. 여행도 그렇다. 홀로 하는 여행은 그만큼 자유롭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끽할 수 있겠지만... 외로운 만큼은 쉽게 떨치기가 힘들다. 물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가끔은 쉽게 그 외로움이란 녀석을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 <낭만제주>가 좋은 점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장소인 제주에 대한 여행이라는 즐거움을 넘어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행복이 더해져 더 큰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그녀와 함께 산책하듯...



누구에게나 여행의 방식이 있듯 <낭만제주>의 저자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여행한 제주를 소개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제주의 작은 마을을 소개하고, 섬을 추억하게 만드는 산과 바다, 오름과 섬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문화와 예술, 사람들이 많은 공간들을 함께 산책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폭낭(팽나무)와 성곽이 있는 명월리, 잠녀(해녀)들의 숨비소리가 눈물겨운 조천리, 1만 8천 신들이 있다는 제주에서 신들과의 만남이 있는 와흘리, 그리고 대학시절 가족과의 추억이 있는 보목리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숨겨진 아름다운 숨결과 이야기가 <낭만제주>에 담겨진다. 새별오름의 들불축제의 감동과 스쿠터로 달리는 세화와 성산까지의 바닷길, 우도와 마라도의 자장면... 이런 새로운 것들을 추억으로 만들어낸다.

 

동문시장에서 느끼는 사람사는 냄새, 이중섭 미술관과 김영갑갤러리가 주는 문화의 향기, 예기치 않았던 차밭을 만나 특별한 산책을 하고, 한라산 등반과 제주만이 주는 산이 아닌 곳에서 만나는 천지연, 정방폭포의 멋스러움, 중문관광단지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 초콜릿박물관과 테디베어뮤지엄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제주 산책이 이 책속에서 이어진다.



몇년전 제주도에 들렀을때 한림공원에서 쉴새 없이 뽀뽀를 일삼던 두마리의 발찍한? 앵무새가 있었다. 그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아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여러번 셔터를 눌렀지만 워낙 좁게 둘러쳐진 울타리 덕분에 쉽게 그 모습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여러번의 시도 끝에 담아낸 것이 바로 위의 사진이다. 여행은 이처럼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과 이야기로 간직된다. 누구나가 다 알고있는 이름난 명소도 좋지만 여행자들의 발길 닫지않는 한적한 공간이 주는 따스함과 사람냄새에 더 행복할때가 많다. 나와 그녀만의 장소를 만들고 함께 걷는일 만큼 더 큰 즐거움이 있을까? 아무도 모르게 쌓아올린 조그만 돌탑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대하게하는 설레임도 행복 그 자체다.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는 말이 있다. 여행길에 들른 휴게소에는 수많은 인파가 넘쳐흐른다. 각자 수많은 추억과 감동,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의 향기를 담아낸 그들의 눈빛은 떠나는이의 설레임과 돌아오는이의 행복감이 교차한다. 무척이나 피곤해 보이지만 그들의 설렘과 추억은 오래도록 그들의 삶을 탄력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설렘이지만 가슴에 남는 것은 사랑입니다.

 

설렘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마무리하는 제주여행. 낯익은 곳보다는 낯선곳이 많아 더 큰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제주를 여행하는 새로운 시선도 선물한다. 제주 여행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과 숙소, 교통, 계절별 여행코스, 맛집 등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더불어 실용적인 제주 관광 가이드 북으로써도 즐거움을 준다. 특별함을 선물 받은듯 하다. 올 여름 계획하고 있는 제주 여행에서 이전에 느꼈던 것보다 훨씬 큰 즐거움, 낭만을 한가득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것 같다. <낭만제주>는 여행에 대한 설렘을 다시금 싹트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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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가의 영혼을 만난 곳 김영갑갤러리(제주 가족여행 둘째날)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10-07-26 18:00 
    섭지코지에서 20여분을 달려 "두모악갤러리"에 도착했다. 많은 이들에게 "김영갑갤러리"로 알려진 곳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 이라고 한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것이 전형적인 시골의 모습을 하고 있다. 폐교된 삼달초등학교를 작가의 영감만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곳이다. 작가 김영갑 선생은 충남 부여태생으로 1985년 제주도에 들어와 정착했다. 제주 섬의 수평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곳에 머물며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제주도의 산과 들, 구름, 새,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