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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관용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정치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즉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책은 정치적입니다. 글쓴이가 우리나라의 국회의장을 지냈고 한 정파를 대표할 만한 정치인이어서가 아니라, 이 책이 말하는 통일이라는 주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이 나라를 나누고 있는 보수와 진보라는 큰 정치이념체의 그것과 일맥상통하고 거기에는 항상 정권을 쥐락펴락 할 만한 격렬한 찬반논쟁의 회오리가 동반되는 것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정치적인 주제이고 논쟁이 필요하다면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열린자세, 열린마음, 그러니까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하겠지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입에 물고 살아온 세대이지만,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는 제목은 책을 대하는 제 마음에 기쁨보다는 뭔가 두려움을 먼저 심어줍니다. 그리고 통일이라는 명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젼이나 방법, 그리고 현실로 다가오는 통일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나 준비 등 실질적인 관심이나 지식은 바닥수준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닫게 됩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찌보면 아무 준비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는, 그래서 현실적인 주제로 다가온 이 책의 내용이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의 어설픈(?) 지지자였던 내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자가 말하는 북한 붕괴의 조짐과, 북한 사회의 허구성, 통일의 가상시나리오 및 현실적 상황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정치색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깊이 숙고하여 볼 문제인거 같습니다.
저자는 경제파탄에 의한 아사, 탈북하는 인민들, 그리고 이어지는 하부구조의 붕괴, 주체사상이라는 개인숭배 사상의 허약한 구조 및 김일성 부자에 대한 신화의 소멸, 핵무기 개발에 의한 외부 압력의 증가 및 핵무기 개발에 의존하는 최후 발악이 내포하고 있는 정권의 마지막 지렛대의 노출, 핵무기 이외에는 낙후된 군사력을 가지고 입으로만 주절대는 강성대국의 공허함, 그리고 체재자체의 허구성 -즉 미제와 남한 괴뢰에 대한 증오로 유지되고, 구호나무와 같은 허구적인 신화만들기가 용인되고, 사이비 종교집단과 다를바 없는 김일성 부자에 대한 숭배와 인권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스스럼없이 자행되는 동안 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통제되고 폐쇄되고 그 인민은 날때부터 세뇌되어 자기들이 보고 배운것 외에는 알지도 알수도 없는 철저히 조작되어진 그런 북한의 허구적인 모습- 들이 산사태처럼 무너질 수 있는 허약한 구조에 압력이 가해지는 붕괴의 조짐 이라고 밀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이라는 허구의 중심이 무너지면 결국 북한이라는 탑은 와르르 무너질 거고, 그 허구의 중심을 흔드는 일련의 사건들이 앞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내,외부적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가정하는 북한 붕괴의 시나리오는 미국에 의한 공격, 중국에 의한 체재붕괴, 내부에서의 궁정혁명, 그리고 전쟁 등인데 가장 무섭지만 가능성이 많은 가정으로 전쟁일거라고 말합니다. 결국 저들은 마지막까지 발악을 할 거고 안되면 결국 무력을 앞세울건데 그 총구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남한을 향하게 될거라는 의견인데, 매우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이지만 최근 형세로 보아서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 만은 없는 의견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런 급작스런 붕괴과정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들에 대한 고민을 저자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결국 그 산사태에 휩쓸려 3류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자랑스런 통일한국으로 거듭날 것인가? 그 답은 우리의 준비에 달려 있는데, 아무래도 저자에게는 현정권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현 정부와 집권세력을 좌파세력이라고 매도하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진행되고 있는 햇볕정책을 단순히 나라를 말아 먹는 행위로만 몰아가고, 아직 안 밝혀진 더러운 거래가 있을 거라고 단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서는 그가 속한 정파의 어찌할 수 없는 고루함과 수구적인 모습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입니다만 그것들을 제외한 여러 의견과 관점들은 충분히 살펴보고 마음을 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색이 다르다고 서로 비난하면 결국 싸움 밖에 남는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대립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을 햇볕정책으로 포용할 것인가? 힘으로 붕괴 시킬것인가? 민족의 장래가 걸린 빛나는 이상과 힘의 논리에 의존하는 냉혹한 현실의 충돌이 아직까지도 접점을 찿지 못하고 이리 대립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북한의 붕괴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해오고 있고, 지금 이시간도 여기 저기서 '붕괴할 것이다', '아니다 체재가 안정적을 유지되어 있다'는 등의 논란이 있습니다. 최근에 북한은 핵실험을 하였고, 유엔이 제재에 나선 와중에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였듯이 그 전에는 미사일 발사로 경색된 정국에 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북의 관계자가 선군정치로 남한이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는 그에 보답하라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언행을 하고 갔고, 우리정부는 한동안 거기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던 참담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하는 고심이었을 수도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햇볕정책의 이상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들이 어찌 등돌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속앓이나 하는 모습보다는 우리의 의지에 따라 독일처럼 받을건 확실히 받으면서 줄건 주는 당당한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비판하는 반대편의 정치세력에게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는 식의 윽박지르기가 아닌 그들의 주장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고, 그래서 그런것에 대한 우리의 대책은 이런거라고 자신있게 설득하고 이끌어 가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의 말이 옳다면 그들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냉정하게 비판하는 이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 정략적인 반대가 아닌 대안을 가지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두 지혜를 모아 햇볕정책이라는 이상과 산사태처럼 올지도 모를 현실적인 통일을 잘 추스려갈 수 있는 대책이, 지금처럼 갈리지 않고 모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이 국민들에게 제시되고, 설명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해집니다.
저자는 과거 탄핵의 주역이었고, 나와는 정치색이 다른 반대쪽에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그의 주장이 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내 마음을 때리는 면이 있을 겁니다. 이 책을 덮는 이 순간에도 나는 햇볕정책의 지지자로 남아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보다는 그래야만 하는 이상을 더 좇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사태처럼 닥칠지도 모를 통일의 재앙을 무시하거나, 북의 집권층의 유지를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의 주장이 일견 타당한 것들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지만, 우리의 준비는 현실적인 것, 또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바탕을 두어야겠지만 우리의 이상은 항상 최선을 추구하여야 한다고 믿기에 비판적인 햇볕정책의 지지자로 남겠습니다. 다만 통일에 대해 더 공부하고, 현실에 더 관심을 갖는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