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컨설팅 - 부자가 되는 전략
허창도 지음 / 이자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그러니까 70년대 후반이었던 것 같은데-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아이들에게 어김없이 들려주던 인기있는 선물이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거기에는 제과회사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과자류, 껌, 사탕류, 초콜릿(?)등을 모두 넣어서  한상자를 만들어 파는 거였는데,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인지라 한꾸러미로 여러가지 종류의 과자와 맛을 느낄수 있어서인지 정말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형제 많은 집에서 여러가지를 조금씩 나누다 보면 결국은 왠지 양이 부족했던 허전함이 남았고,  동심을 벗어난 지금에 와서 달리 생각하면 아무런 신선한 생각-모두 넣어 만들자고 한 것도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긴 하지만-이나 노력이나 정성없이 포장만 크게 꾸려 여러가지를 버무려 넣어 주리던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였다는게 괘씸키도 하지만, 하여튼 당시에는 무척이나 받고 싶어하던 명절 선물 꾸러미였던 기억입니다.

 지금 내 앞에는  옛날의 종합선물세트를 생각나게 하는 그런 녀석이 떡하니 멋진 제목을 하고 펼쳐져 있습니다. 많은 것을 다루고 모두어 놓아서 뭔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고, 내 지식을 늘려준 것 같기는 한데 도무지 무엇을 결론이라고 하였는지 모호하기만 하고, 부자가 되는 전략을 가르쳐 준다고 하였지만 막상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는 뭔가 허전하고 허망한, 많이 먹기는 하였지만 허기를 느끼는 그런 상태와 비슷한 감정의 굴곡이 내 머릿속을 흩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장구석구석에 남겨져 있는 연필로 그은 줄들-오자들에 대한 표시-은 옛 종합선물세트를 풀다보면 보곤 했던 부스러진 비스킷이나 짓이겨진 캬라멜의 부실함을 생각나게 하기도 합니다. 종합선물세트가 이름만큼 풍요로왔던것이 아니었듯이, <머니 컨설팅>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참 멋지게 느껴진 녀석이었는데, 다 읽은 지금 제목만큼 멋진녀석은 못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우선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봅니다. 저자는 우리시대가 과거처럼 부동산이나 기타 사업, 전문직종으로 성공하여 쉽게 돈을 벌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의 부모세대가 누렸던 경제 성장기의 돈벌기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시대는 경제성숙기의, 그리고 경제고도화 시기의 돈벌기라는 의미에서, 결국 이 단계에서는 아끼고, 모아서만은 부자가 될수 없는 시대라는 이야기일 듯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부자가 되는 전략을  5단계를 나누어 다루고 있습니다. 1단계 자기진단 단계 즉 자신의 재무상태에 대한 진단을 시작으로 2단계 부채와 소비에 대한 전략, 3단계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을 거쳐서 저자가 아마도 가장 말하고 싶었을 4단계 연수익 25%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 전략, 그리고 마지막 5단계에서 부의 목적에 대해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다섯번째 단계는 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자기성찰을 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인듯 한데 제 생각에는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1단계 자기 진단 단계와 더불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단계로,  '부란 무엇이고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가?' 에 대한 자신의 대답과 자신의 가치관을 냉정하게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여겨집니다.

 많은 분량의 정보와 주장들을 모두 추려내다 보면, 저자가 결국에 말하는 주 논점은 두가지로 압축되는 듯 합니다. 첫째는 3-2법칙. 즉 소득이 총소비의 3배이상을 유지하고 투자수익은 소비의 2배이상을 유지하도록 하라는 것인데, 아낄수 있는한 아끼고 모아진 투자금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투자하라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연수익 25%이상을 올릴수 있는 투자를 하라는 건데요, 결국 여기에 대해서는 저자가 뚜렷한 여러가지 투자전략이나 금융 상품들을 소개하지는 못하고, 수익률이 높고(수익율 순위 5%이내인), 최고점 대비 최대손실폭이 15%이내정도의 5개이상의 헤지펀드에 투자하여 매년 그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 (베팅, 리발랜싱, 손실청산 등)를 하라는 정도가 저자가 말하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각 단계마다 많은 정보와 주장을 제공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주려다 보면 논점이 흐려지듯이 그런 느낌을 많이 갖게 됩니다.  아니면 저자가 주장한 두가지 논점에 대한 이런저런 살을 붙이다 보니 책의 내용이 이리 산만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기도 합니다.

 딴지걸기첫째는 이 책의 의도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되는 딴지입니다. 저자가 결국 제시하는 25%이상의 투자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로 지목한 것은 헤지펀드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에 대한 비난도 있고, 펀드운영자를 고려할 때 명문대 출신인가-사족으로 꼭 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학습능력이 검증된 인재라고 말하면서- 하는 것도 따져보라고 은근슬쩍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텔리비젼을 보면 화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수 많은 간접광고에 무의식중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이 그런 홍보효과를 노리고 미리 배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저자는 서울대 출신에 지금은 (주)이자르의 대표이사이고, 이자르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를 준비중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저자는 어쩌면 읽고난 독자가 자의로 판단해야 할 사항인 책권하기를 독려하곤 합니다. 친구나 가족이나 자식에게 이 책을 권하라고. 두번째는 곳곳에 있는 오자에 대한 딴지입니다. 한두곳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가겠지만 제가 찾은곳만도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앞의 숫자는 페이지이고 뒤의 숫자는 행입니다.  ( 57-10: '부리고'는 문맥상 '부리는'이 맞는 듯 하고 / 68-20 '선척적'은 '선천적' / 71-4  '숙으러'는 '수그러' / 108-7   '지인 있어서'는 문맥상 '지인이 있어서'로 / 115-9   '지어줘도'는 '쥐어줘도' / 119-10,11  '밀어부친다고 다고'는 '다고'가 한번 빠져야 하고 / 166-14   '들 긴장하게 되고'는 '덜 긴장하게 되고' / 243-11 '개발도산국'은 '개발도상국'으로 / 204-15, 238-11, 243-7,10, 247-4, 249-12, 250-2 등의 '펀드 매니져'는 '펀드 매니저'로,  설령 앞이 맞는다고 우길려면 253-2의 '헤지펀드 매니저' 등에서는  '저'를 '져'로 통일해서 쓰던지) 저자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내용을 담았겠지만 이런 오자들을 보면서 좋은 책을 만드는데 대한 성의가 없지 않나 하는 마음이 솟아 오르는 것을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멋진 녀석을 만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책을 읽은 마지막 소감 두마디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첫째 종합선물세트에는 알맹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상품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둘째로 사람이건 사물이건  외모로만 판단할게 아닙니다. 이름이 멋지다고 다 멋진건 아니니 블링크하지 마시고 싱크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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