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첫 백제 여행 답사 바로하기 역사 바로보기 4
여행이야기 기획, 박광일 글 / 삼성당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찮게도 내 고향이 전라남도인지라 학교다닐 때, 배우던 국사책의 첫머리를 넘어서면 바로 나오던 백제 멸망의 역사는 항상 가슴 한 구석의 서운함으로 남았습니다. 사실 내 조상은 그 지역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고려시대 경상도 사람인데도 어린마음에 백제의 역사와 나의 조상의 과거를 동조화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멸망한 왕국 백제의 이야기는 신라나 고구려의 이야기보다 더 내게 감성적인 자극을 주는 주제입니다.

 책의 구성은 웅진, 공주, 사비 시대로 대비되는 백제의 역사대로 나뉜 세단원의 백제역사-각각 하루일정의 답사코스가 됩니다-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제의 첫 도읍이었던 웅진시대로의 여행은 도읍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대한 제왕 근초고왕의 숨결이 깃들였을 석촌동 고분을 거쳐, 방이동 고분까지 이어집니다. 하루 답사길로 간단한 유적지는 아니지만 희미한 흔적들에 그나마 느껴지는 백제인의 숨결과 땅아래 더 많이 묻혀 있을 유물들에 대한 기대로 아쉬움을 대신해야 할 듯 합니다. 

공주시대는 고구려의 공격을 피해 내려온 이들이 부여로 도읍을 옮기기 전까지 머물렀던 두번째 도읍지 시대입니다. 여기서는 공산성과 무령왕릉, 그리고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보게 됩니다. 역시 터로만 남겨진 웅진성이며 왕궁의 흔적은 뭐라 말할수 없는 비애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망한 왕국의 역사가 이리도 처절하게 지워져 버렸는가 하는 그런 감정이 끊이질 않습니다. 다행히도 도굴되지 않고 발굴된 무령왕릉으로 인해 공주국립박물관에서 대하게 되는 유물들에서 드디어 멋을 알았던 백제인들의 솜씨에 대한 감탄사가 입밖으로 터져 나옵니다. 가슴조리며 찾았던 그들의 가려진, 그들 문화의 숨겨진 커튼자락을 슬쩍 들춰본 느낌이랄까요?

사비시대에는 결국 의자왕과 삼천궁녀, 황산벌의 계백으로 이어지는 멸망으로 마무리되는 슬픈역사의 기록입니다. 성왕의 중흥노력과 이어진 야망들이 성공했다면 찬란하게 빛날 수도 있었을 역사의 실패한 반전이 기록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역시나 왕궁으로서의 흔적만 남은 부소산성과 낙화암이 멸망한 왕국의 뒷모습을 더 쓸쓸하게 만듭니다.하지만 부여에는 멸망의 슬픈흔적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림사지 5층석탑과 미륵사지 석탑, 서산마애삼존불, 그리고 부여국립박물관에 있는 백제금동대향로와 칠지도,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등을 통해 잊혀진 왕국의 저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멸망의 역사속에 살아남은 유물들이 백제인들이 미처 글로 우리에게 남기지 못한 그들의 꿈과 이상과 능력을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의 시간은 국사책에서 배웠던 백제라는 나라에 대한 퍼즐맞추기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을 보기위해 외우던 역사가 아니라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숨쉬고 있는 그들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살아서 다가온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그 여행길에서 힘겹게 여러유물들을 찾아나서고 설명하지만 700여년 왕국의 유물치고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군데군데 비어버린 잊혀진 왕국의 역사에 대한 애처로운 느낌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좀 더 발굴이 되고 연구가 진행되어서 비어있는 백제 역사에 대한 여백이 조금이나마 더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우리아이에게 백제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 줄건가? 멸망한 역사도 교육의 가치가 있으니 시간을 내어 답사여행의 길잡이 삼아 책의 내용을 따라가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족하고 없어지고 지워진 부분에서는 반드시 아이에게 역사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거라는 것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조금 냉혹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금동대향로, 익사미륵사지석탑, 서산마애삼존불, 정림사지석탑 등을 통해 슬쩍 비친 모습만으로도 백제라는 나라의 숨겨진 힘이 순간순간 내비치는게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도 살아남지 못한 패자의 역사적 유물이 되었을 때는 이리도 한이 되고 슬픔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배웠으면 합니다. 결국  나의 아이들이 자라서 경주에 간다면 신라의 앞마당을 거닐다가 올수 있겠지만 이책을 따라가는 백제기행은 서울과 공주와 부여를 거쳐서 샅샅이 훓어보아도 결국은 백제의 뒷골목밖에 헤맬 수 없는 서글픈 역사에 대한 기행이 될것 같습니다. 봉황처럼 비상하고 싶었던 왕국의 날개꺽인 서러움이여~~~~ 

  이 책은 신라여행에 뒤이어 나온 백제 답사여행의 안내서입니다. 작가의 세심한 답사길 안내와 거기에 대한 마음을 담은 글,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유적이나 유물 설명을 통해서 짧은 답사길에서도 많은 것들을 알게 도와줄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아이들과 함께 꼭 그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일게 합니다. 그렇게 책을 옆에 끼고 벗삼아 가는 그길은 단순한 눈요기로서의 역사가 아니라 살아서 우리에게 말을 걸고 교훈을 안겨주는 역사여행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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