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5
이주홍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책표지에 나오는 여자아이가 땅에 뭔가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어릴때 내 누이가 일하러 간 부모님을 동구밖에서 기다리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연유에서인지 책을 받아든 내 손이 반갑지만 안쓰러운(?) 그런 감정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이나 표지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와 지금과는 다른 모양의 우체통, 골목길,  평상아래 누워있는 누렁이, 초가집, 전봇대 등을 죽 훓어보며 오가던 눈길이 또 다른 정다운 것들을 찾아 헤맵니다. 어릴적 고향친구녀석이라도 어디서 뛰어나올 것 같기도 하구요.

  책에는 세가지 동화가 실려 있습니다.  <북치는 곰>에서는 설날밤이면 땅에 내려와 신발을 훔쳐가는 야광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아버지 야광귀도 네 형 야광귀도 모두 실패한 그 미션(?)에 우리의 당돌한 막내야광귀 똘똘이가 당차게 나섭니다. 사람들이 새벽까지 신발 못찾게 하는 방법을 환히 꿰고 있다고 자신하며 땅에 내려온 막내지만, 지구촌의 멋진 장난감인 태엽으로 움직이는 북치는 곰인형을 보고는 날이 새는 줄 모르고 놀다가 닭우는 소리에 제 신발마저 잃고 다시 하늘로 황망히 달아납니다. 가족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만 그에게는 보이는 아이다움이 웃음짓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잎 하나>는 눈부시게 샛노란 은행나무 삽화와 함께 시작합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은행나무 어머니와 그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가기 싫어서 하는 아기 은행님의 따뜻한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봄에 절에 와서 엄마를 잃고 울던 아이가 유치원생들과 다시 은행나무 아래 나타나고, 아기 은행잎은 낯익은 그 아이에게 떨어지기로 작정합니다. 그 은행잎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의 책갈피에 끼워져 있다가 다시 따뜻한 엄마은행나무의 품으로 돌아와 따뜻한 겨울을 나게되는 과정을 그린 동화입니다.  <우체통>은 아버지가 일본으로 일하러 가서 편지를 통해서만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숙희라는 아이의 우체통에 대한 순수한 상상에서 기인한 이야기입니다. 편지를 넣기는 하지만 누가 내어가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우리의 주인공의 '어떻게 편지를 내어가나' 하는 궁금증은  우체통 밑에 여러곳으로 통하는 많은 구멍이 있어 원하는 곳으로 편지가 전해진다는 생각으로 발전합니다. 그래서 저 먹으라고 준 개떡을  아빠에게 보내려고 정성스레 싸서 우체통에 넣습니다. 물론 그 떡은 우체부 아저씨에 의해 고스란히 집으로 다시 돌아와 버렸지만 숙희는 어머니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편지가 전해지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배웠습니다. 세상 사는 이치 하나를 다시 익힌 것이지요.  아이의 아버지를 위한 마음과 세상 사물에 대한 순전한 상상력의 세계가 마음을 흠뻑 적시는 글입니다.

  책에서 보게 되는 어린 야광귀며, 노란 은행잎, 숙희는 아주 어렵게 살던 나의 동생, 친구, 누이들의 모습이라는 느낌입니다. 텔리비젼과 컴퓨터 등을 통해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배워버린 요즈음 아이들만큼 영리하고 똑똑한 건 아니지만 왠지 더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책을 묵묵히 읽는 동안은 나의 아이들이 똑똑해지더라도 그런 감성이나 순전함 만큼은 지니고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을 풍성하게하고 마음을 넓게하는 그런 감성과 순수한 눈을 나의 아이들이 가슴에 지니고 살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다면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훨씬 살만하고 아름다워 질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사는 부모들도 어린 야광귀나 노란 은행잎, 그리고 숙희와 같은 그런 아들이나 딸을 가질수 있다면 수학이나 영어를 잘하고, 시험을 조금 더 잘 보아온 아이를 가진 것보다 갑절은 더 마음이 부자가 될 거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책을 다 읽고 난 이 시간, 이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문을 나서면 골목 어디에선가 낯익은 어릴적 친구녀석들이 하나 둘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것 같습니다. 아마도 내 마음의 추억창고 안에서 나오는 거겠지만요. 달콤하지도 고소하지도 않고 투박하게 보이지만 두고두고 찾는 음식이 있듯이, 간단해 보이는 짧은 이야기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내 마음을 잔잔하게 감동시키는 울림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줄로만 알았던 삶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리 마음속에 속삭이는 책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도 나같은 마음속 울림이 느껴지니?

이 책을 읽은 여러분들!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속삭임을 들으셨나요?

모쪼록 지나치지 않고 이책을 드는 아이와 부모님들께서 보배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작가들의 속삭이는 진한 이야기가 마음 가득히 울려퍼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책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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