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굴 작은거인 9
채영주 지음, 유기훈 그림 / 국민서관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어린이의 눈높이에 이르지 못한 나자신으로 인해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작가선생님이 어른의 눈높이에서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서 그런가 하는 의문도 가져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속의 주인공 또래 때의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며 진행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투철한 반공교육의 시대에 살았던 나는 초등학교 때, 동네 어귀에 이상한 사람-지금 생각하면 거지였던듯합니다-이 나타났을 때, 용감하게도 친구와 같이 마을 이장님을 찾아가서 -당시에는 가까운 곳에 경찰서가 없었습니다- 저기 간첩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고한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이장님은 책속의 경찰관들처럼 아이의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마을 어귀까지 가서 확인해 주셨습니다. 물론 다시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 , 그뒤로도  오랫동안 제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척 부끄러운 기억이 되었지만 투철한 반공소년의 씁쓸한 일화입니다. 

 박물관 견학을 갔다가 샛길로 빠져나온 장신이와 은우가 우연찮게 발견한 동굴, 그리고 거기서 발견한 칼 한자루와 글씨들로 인해 발단이 되고 전개되는 사건들 속에서 어린이들의 우정과 서로를 좋아하는 치기어린 감정들, 상대에 대한 질투, 그리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정의감등이 어우러져 맛갈스럽게 버무러져 있습니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억지스럽고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로 들여다 보면 그리고 그네들의 상상력으로 들어가보면 정말 그럴듯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면들 때문에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고 내일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거구요.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 이 이야기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입니다. 장신이와 은우가 경찰아저씨들의 무신경에 포기하지 않고 보물들을 지키려고 나서는 모습에서와 다해가 어머니의 편견-장신이가 거짓말하자 다해어머니는 장신이에게 어머니 없이 자라서 그런거냐고 다해와 다시는 어울리지 말라고 모질게 말합니다- 에 대해서 강단있게 반박하는 말들 속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래 이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구나, 이래서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는 거구나' 하는 감정 말입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바른생활을 가르칩니다. 인사 잘하고, 정직하고, 남에게 해를 주지 말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등등등... 하지만 어찌보면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도둑들처럼 돈에 바른생활을 파는 사람, 경찰아저씨들처럼 진실을 들어주지 않는 닫힌 마음을 가진 사람, 다해 어머니처럼 세상의 어두운 곳에 이유없이 무신경하게 거부감과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사람, 아니라고 우겨보지만 바르지 못한 모습이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어른들을 비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에 대비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보다 낫다는 칭찬을 충분히 받을만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위에 있어 말도 안듣고 말썽만 부린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분명 장신이나 다해, 은우처럼 어른보다도 나은 어린이들 일겝니다. 그러니까 많이많이 사랑하고 안아줍시다. 나 또한 아직은 책속의 주인공들보다는 어린 나의 아이들이 책속의 장신이나 은우, 다해와 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호통부터 치게 되겠지만, 그런 아이들을 대견스러워 하긴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아줄겁니다.

 마지막으로 별점하나를 감하는 이유는 일본에 대한 우리의 의식에 대해 이 책 역시 감정적인 반감을 그대로 차용하고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입니다. 우리 문화재가 일본에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 일본은 임진왜란때 우리나라를 침공하여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하던 놈들이고, 또한 36년동안 강제로 이나라를 빼앗아 도륙했던 놈들이다. 그래서 그 나쁜놈들에게 우리 문화재가 넘어가는 것은 안된다는 식의 논리가 이 책에도 역시 깔려 있습니다. 물론 일제 36년을 몸으로 겪으신 분들에게는 드릴 말씀이 없지만 이젠 우리 후손들은 그러한 감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로워지고 극복했으면 합니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도발적인 저들을 보면 절로 화가 나지만, 침공당하고 나라까지 빼앗기는 어이없는 실패를 한 우리조상들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필요하고, 감정적으로가 아닌 실질적인 실력으로 저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각과 교육이 이제는 이런 도서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별하나를 감합니다.

 이책을 읽게될 -장신이와 다해, 그리고 은우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로 인해 가정과 사회와 우리나라와 그리고 세계가 희망이 가득해지는 세상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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