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환경이 변하면 인간의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도 그에 맞게 적응을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변화와 적응을 이야기 할 때면, 항상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근본적인 것들마저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개는 그런 변화와 적응의 과정은 우리를 더욱 더 인간적이고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믿을 것입니다. 한데 최근에 우리의 문화 양식이 디지털화 되어가면서 인간의 근본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의깊게 읽었던 책은 이 책에서도 언급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디지털 문화에 매몰되어 자신이 변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사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디지털 문화가 우리의 사고방식에까지 미치는 근본적인 영향이 무엇이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내용이었는데, 아마 이 책도 그러한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디지털 문화가 주는 과도한 정보, 넘치는 정보의 숲속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며, 깊이있는 사고를 방해받는 우리의 모습의 결국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경고와 그러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담겨있으니까요.....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머제니치는 여러 실험을 통해 인간의 두뇌가 어떤 자국이나 경험에도 반응하는 '플라스틱'과 같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들에 의해 틀이 잡힌다는 것이다..... 머제니치는 인터넷이 우리 두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면서 '집단 리모델링'이 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미 빠른 대응 문화가 만들어놓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적절한지 스스로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다. 어쩌면 뭔가를 할 수 있는지 묻는데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그것을 정말 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볼 시간조차 없는지도 모른다. -p10~11  

 혹자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디지털 기기 등을 이용하여 얻고, 디지털 문화의 사용을 스스로 절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디지털 문화는 단지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요소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나 인터넷 중독 등의 용어가 우리 귀에 낯설게하겠습 느껴지지 않듯이, 이미 그러한 디지털 문화는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조적인 것들이 아닌 사람의 행동을 자신의 힘아래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마이클 머제니치의 실험에 담긴 우리의 주위을 둘러싼 광범위한 디지털 문화가 우리를 디지털 문화라는 틀에 맞게 변형시키고 리모델링 시켜서 결국은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디지털 문화에 종속시킬 것이라는 암시는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문화가 단순히 인간을 돕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순진하게 세상의 변화를 바로보고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결국은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이 더 오랫동안, 더 광범위하게 사용될수록 디지털 문화가 형성하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는 인간상이 형성되고 시회의 주류가 될 것이며, 그러한 흐름을 역류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우리를 진정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올바른 사고다. 나는 이것을 '깊은 사고 deep thinking'라고 부른다. 이런 사고는 세상을 발전시키는 생각들과 관련돼 있으며 전략적 계획의 수립이나 과학적 발견, 예술적 창조 활동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것은 엄격하고, 집중적이고, 광범위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고, 조심성 있고, 사색적인 사고다. 이런 사고는 정보의 흐름이 제한적이고, 사고와 사고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중요하다. 그래서 깊은 사고는 '천천히 흐르는' 사고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얄팍하고, 편협하고, 급하고, 피상적이고, 분열되고, 산만한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p13   

 컴퓨터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떠다니고 많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흘러다니지만, 인터넷 시스템 스스로가 근원적인 질문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일방적인 내용만을 흘려보내던 텔리비젼과 같은 미디어보다는 조금더 나아 보이지만, 그렇다고 더 똑똑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디지털 기기를 통하면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더 복잡하고 긴 수식을 간단히 계산해 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하던 많은 일들을 디지털 기기에 더 의존하고 맡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저자는 그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얄팍하고, 편협하고, 급하고, 피상적이고, 분열되고, 산만한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것을 뛰어넘는 '깊은 사고'임을 깨우칩니다. 그리고 그러한 디지털 문화의 홍수속에서 깊은 사고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의 하나로 추천하는 것이 '종이책 읽기'입니다. 스크린의 정보가 빠르게 다양한 정보에 이를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분리된 것이라면 종이책이 머금은 정보는 비록 더디게 읽힐지라도 다른 책들과 역사적 배경과 관련한 맥락을 가지며, 더 전반적이고 사색적이면서 체계적인 주장이나 개념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행동은 다소 줄이고 반대로 생각은 늘려야 한다. 그리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때때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 단순한 행동과 발전을 혼동해서는 안되며,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지금 당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p14~15 

 대표적인 미래학자로 통하는 저자는 디지털 문화가 가져올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더 강조하고 싶어하는 내용은 바로 그러한 디지털 문화가 가져올 폐해를 지적하고 극복하여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털 문화가 끼치는 영향에 대한 부분만큼이나 많은 부분을 디지털 문화가 가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 자신이 제안한 '깊은 생각'을 일상화 하기 위해 필요한 '사고를 심화 시키는 방법'이나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되는 방법' 등에 대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단순히 미래의 우리 모습을 예측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디지털 문화가 가지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미리 자각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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