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화폐전쟁 3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국경의 개념에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구성된 삼차원적인 물리적 공간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향후에는 '금융'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영역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 -p30 

 화폐전쟁 1, 2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이 화폐와 금융을 통해서 인류의 역사를 지배하게 된 과정을 자신의 시각으로 그린 저자가 이번에는 중국 역사에서의 화폐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습니다. 중국의 화폐와 금융역사의 굴곡과 대비시켜 일본의 성공적인 화폐와 금융의 역사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이번 <화폐전쟁 3>은 중국이라는 떠오르는 강대국의 과거 화폐와 금융의 역사를 돌아보고, 진정한 강대국에 이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주장을 담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 경제 규모만 커진다고 강대국이 되는 것이 아니고 금융의 측면에서 위안화의 국제화 또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 확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논지는 저자가 처음 <화폐전쟁>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부분으로, 결국 이전 1,2권에서 앞서 세상을 지배했던 서구 열강의 금융 패권을 자신의 시각에서 파헤친 것도 결국은 강대국에 이르기 위해서 화폐와 금융의 지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집요한 연구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자의 시각이 다분히 음모론적인 부분이 있고, 막연한 개연성을 사실로 다룬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드는 부분이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읽는 이가 조금만 가려서 읽는다면 딱딱한 경제서적들이 가지지 못한 부드럽고 흥미롭게 읽히는 장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번 3편도 전체적인 그림에서 그러한 시각에  의존한 듯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저자가 자신이 더 쉽게 찾고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의 조국의 화폐와 금융역사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기에, 책속에서 인용하는 자료와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 이전의 1,2권에 비해서는 훨씬 사실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 하이 프런티어', 이번 3권에서 저자가 새롭게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용어입니다. 19세기 말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미국인 알프레드 머헨의 '제해권', 1921년 '하늘을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던 이탈리아인 줄리오 두에의 '제공권', 1980년대 초 미국 육군 중장 다니엘 그레이엄의 '우주를 장악하는 자가 천하를 호령한다'는 '하이 프런티어'이론을 소개하면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물리적 공간에서의 강대국 간의 각축 못지 않게 금융분야가 강대국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금융은 주권국가가 영토, 영해, 영공에 더하여 반드시 수호해야 할 '네 번째 차원의 영역'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금융 하이 프런티어'란 '화폐 발행권을 형성, 행사하기 위한 일련의 완벽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말하는데,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국가가 자국의 화폐를 자국의 의지와 이익에 부합하게 발행하고 유통시키고 또한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독자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여기서 저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자국의 통화란 당연히 위안화일 것이고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위안화의 금융 하이 프런티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위안화의 국제화와 영향력 증강을 위한 금융 하이 프런티어의 체계적인 틀을 구축하는 것에 저자의 관심이 닿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중국에서만 아편무역과 아편전쟁이 발생했을까? 무엇 때문에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성공했으나 중국의 양무운동은 실패했을까? 무엇 때문에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은 모두 '한 손에 총, 한 손에 돈주머니' 전략을 실시했을까? 무엇 때문에 장제스는 화폐는 통일했으나 화폐에 대한 주권을 수호하지 못했을까? 무엇 때문에 일본에서는 황권과 금권사이의 분쟁이 빈발했을까? 무엇 때문에 국민당의 법폐 개혁이 일본을 격노시켜 일보의 중국 침략 전쟁을 앞당겼을까? 무엇 때문에 국민당의 법폐가 몰락하고 공산당의 인민폐(위안화)가 역사 무대에 등장했을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의문점들이라고 밝힌 것들 중의 일부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에 의하면 중국의 근,현대사와 일본의 근,현대사를 통해서 두 나라의 독자적인 금융시스템의 성립여부와 금융시스템의 장악을 위한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혼란을 일으켰으며, 독자적인 금융 하이 프런티어 시스템의 성공적인 구축 여부에 따라 중국과 일본의 흥망성쇠가 결정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흥망성쇠는 이미 1,2권에서 다루었던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금융 하이 프런티어의 구축여부가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편전쟁과 서구 열강의 침공에서의 중국의 실패와 메이지 유신을 통한 일본의 성공, 장제스의 집권에서 시작하여 법폐 개혁과 실패 그리고 인민폐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일본 근대사에서의 천황과 금권의 치열한 투쟁 과정 등에 얽힌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는 결국 금융시스템의 장악과 적절한 금융 프런티어의 확립 여부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9장 금융 하이 프런티어와 인민폐의 국제화', '10장 은의 영광과 몽상'은 아마도 이번 <화폐전쟁 3>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저자가 앞에서 다룬 모둔 내용은 인민폐의 국제화와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금융 하이 프런티어의 구축이라는 일관된 목적에 맞춰져 있었고, 저자는 그 과정에서 은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며 은에 대한 투자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비슷하게 이번 <화폐전쟁 3>의 매력 역시 금융이라는 민감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다양한 이야기같은 요소를 가미하여 독자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점일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학술적인 바탕을 가진 것은 아니더라도, 읽는 이가 수긍하게 만드는 타당성을 담고 있는 주장들이고, 기존의 진부한 이론이나 사실의 열거가 아닌 저자 자신의 관점에서 그런 문제를 신선하게 풀어가는 것을 읽으며 즐기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옆에서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구하것 역시 저자의 주장들 못지 않게 읽는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4권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해 다루고 싶다고 했으니, 이 부분도 많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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