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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 공황과 번영, 불황 그리고 제4의 시대
로버트 라이시 지음, 박슬라.안진환 옮김 / 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많은 이들이 2007~2009년에 발생한 세계 대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금융 과잉을 꼽지만, 진짜 원인은 증가일로에 있는 소득과 부의 격차이다. -p9, 한국어판 서문 <한국과 미국 아직 희망은 있다.>
변화에 대한 가이트너의 지적 -너무 오랫동안 미국인들은 너무 많이 구매하고 너무 적게 저축했다.....-은 옳았다. 그러나 대불황이라는 증상을 유발한 근원적 문제는 제대로 짚지 못했다. 국민들의 과소비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이전보다 거대해진 경제 시스템이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마땅한 생활수준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수입으로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문제다. 국가 경제는 활발하게 성장했고, 중산층들은 당연히 그 성장의 보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보상의 상당 부부, 아니 거의 대부분이 상류층에게만 돌아간 것이다..... 국민이 더 많이 저축하고 국채를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 균형을 되찾아 그 혜택이 폭넓게 공유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p15-16, 서문 <호황과 불황의 시계추>
일반적으로 2007~2009년에 발생한 세계의 경제위기를 많은 사람들은 금융위기라고 표현합니다. 금융위기라는 말이 일반화 된 것은, 위기의 근본원인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에 따라 발생한 신용 경색이 확장되며 발생한 일련의 과정으로 파악하는 시각에서 나온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진단에 동화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금융위기의 세부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집값 거품에 따른 무절제한 과소비, 금융당국의 절제되지 않은 대출서비스, 모기지 대출의 복잡한 증권화, 미국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머뭇거리며 보인 방관적인 자세, 사람들의 탐욕 등 더 다양한 이유들을 지적하지만, 그 이면은 결국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적했던 '너무 많이 구매하고 너무 적게 저축했다'는, 즉 빚으로 너무 많은 소비를 했다는 금융과 소비의 과잉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전제가 담겨 있는 주장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기의 원인을 이렇게 본다면, 결국 해결책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위기의 파고에 휩쓸린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위기의 대책으로 경색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고, 아직도 곳곳에서 위기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고 더 큰 후폭풍이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들리기는 하지만, 이제는 위기의 그림자가 저만큼 물러갔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앞의 두 의견 중에 위기가 잘 조절되고 있다는 주류의 의견에 반해 아직 위기가 제대로 해결되지도 다루어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세계 경제의 불황을 소득 분배 불균형이 몰고 왔던 30년대의 경제 대공황과 그 뒤에 적절한 분배가 이루어지면서 맞이한 번영의 시대에서 시계추가 거꾸로 움직여 다시 분배 불균형이 극단적으로 악화되는 시기에 나타난 필연적인 과정으로 진단하고,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금융 과잉이라는 진단은 겉에 나타난 현상에 현혹된 것일 뿐 어떤 근원적인 해결책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처음 경제위기가 발생해서 대형 금융기관들이 나가 떨어질 때, 이러한 상황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특이한 상황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위기 이전에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고했던 이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들은 위기 이후에 대단한 예언가(?)가 되어서 추앙(?)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들은 예언을 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실과 실패들에 입각한 과학적인 예측을 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일 것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최근의 경제위기가 필연적으로 보였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데, 저자는 그러한 필연의 이유를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1930년대의 대공황 전과 2008년 경제위기 발생 전에 상위층이 차지하는 소득이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최고치를 차지했고, 두시기 사이의 대번영기에는 최소치 근처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중산층과 그 이하 계층에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갔을 때 총소비가 더 많아지고 경제 또한 더 원활하고 역동적으로 돌아갔던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저자가 하는 말의 의미를 많이 가진 부자 한 사람이 소비하는 것과 그 돈을 더 많은 가난한 사람이 나누어 가졌을 때 나타나는 소비의 양과 효과를 비교해서 생각해 본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은 그것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인데, 최근의 상황은 좋은 물건들은 많은데 충분한 돈이 없었던 사람들이 충분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면서도 경제 발전에 따른 열매를 취하기 위해서 부동산 거품과 빚에 의지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던 것이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작금의 경제 위기가 잉태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발전과 규모에 맞는 적절한 소득을 그 경제체제 안의 사람들이 올릴 수 있도록 해야했는데,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기득권을 강화시키는 과정에 반복되면서 분배의 적절성은 깨어지고, 위기가 왔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이러한 위기가 심화되면 결국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위해서는 분배의 적절성을 되찾는 개혁이 필요함을 느낄 것인데, 그러한 개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이들이 권력을 잡게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조심스럽지만 강력하게 경고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극단을 피하기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개혁의 요점은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과감한 세금정책과 분배정책을 펼쳐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대량 생산이 대량 소비와 동행해야 할 때, 대량 소비는 다시 부의 분배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기존의 부가 아닌 현재 생산되고 있는 부의 분배 말이다. 그래야 국가의경제 조직이 공급하는 재화와 용역의 양에 상응하는 구매력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1929~1930년의 미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분배가 달성되기는커녕, 거대한 흡입 펌프가 작동해 당시 생산되던 부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소수의 손에 안겨주었으며, 이는 그들의 자본 축적을 도왔다. 대량 소비자글의손에서 구매력을 앗아감으로써 자본가들은 그들의 축적 자본을 새로운 생산설비에 투자할 근거를 세워주는 조건, 즉 자신들이 생산품에대한 효과적인 수요까지 없애버린 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마치 포커 게임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소수의 플레이어에게 칩이 집중되는 경우와 마찬가리로, 다른 플레이어들, 즉 여타의 국민들은 돈을 빌려야만 겡임에 계속 참여할 수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신용이 바닥나자 게임은 중단되었다. - p39, 대공황에 대한 매리너 에클스의 분석을 인용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