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행동 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계산기처럼 정확하다는 가정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래서 인간이 비이성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완벽한 합리성을 전제로 정립된 경제학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학의 몇몇 전제들, 이를테면 사람들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실수를 범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시장은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등의 전제들은 엄청난 판단 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진짜 원인이 무엇이고, 왜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다면 인간은 개인적인 차원뿐만이 아닌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돈, 관계, 자원, 안전, 건강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력은 보너스의 규모나 동기부여에 관한 경영 판단에서부터 데이트나 행복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이 행동 경제학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이다. 인간 행동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이러한 심리가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하여 최종적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p11~15, 프롤로그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가" / '이성의 지배에서 비이성의 지배로' 중에서 

 기존의 경제학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경제 활동을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한 틀 안에서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곧 부끄러워해야 할 결점이자 꼭 뜯어 고쳐야 할 약점으로 인식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사람들이 경제학이 가정했던 호모 이코노미쿠스처럼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현실적인 괴리를 주목하고 인간의 실제 행동을 연구한 것이 행동 경제학의 시작이었습니다. 인간의 완벽한 합리성에 대한 신화를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인간 행동에 접근하여, 이상적인 인간 세상이 아니라 현실의 인간 세상을 들여다 보면서 관찰된 사람들의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은 그동안 정통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사실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한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지면서 사람들의 비합리성을 역이용하여 여러 정책에 적용하였던 성공적인 예 -연금저축제도에서의 선택방법 개선에 따른 저축률 상승, 장기기증에 대한 동의방법 개선에 따른 자연스런 기증자 숫자의 증가 등- 들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적인 정책의 이면에는 여전히 인간의 비합리성은 개선하여야 할 무엇이라는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행동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인간의 행동 본질을 이해하여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도 인간의 비합리적인 모습은 고쳐야 할 단점으로만 취급될 것입니다. 저자의 기본적인 관점도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또 다른 생각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것을 '착한 비합리성'이라고 표현했는데, '우리에게 나타나는 비합리적 성향들 가운데 일부는 삶을 더 풍요롭고, 만족스럽고, 의미 있게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경제학이 그토록 고쳐야 한다고 괴롭히던 우리의 비합리성이 단순한 단점이 아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비이성이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들을 믿게 되고, 자신의 일을 즐기게 되고, 자녀들을 더욱 사랑한다는 사실 등-는 사실'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에 이르게 합니다.  

 저자가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의 복합적인 작용을 풀어내고자 한 이 책은 1부에서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서, 그리고 2부에서는 가정 즉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내용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1부에서는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정책에 담긴 함정, 사람들이 일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의 의미, 부족하지만 자신이 만든 것을 더 가치있게 평가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낫게 여기는 경향, 복수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심리 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더 사적인 환경과 관계에서의 진실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적응의 비밀, 동류 짝짓기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연애와 외모의 상관관계, 온라인 채팅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가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사람들의 동정심이 불행한 다수보다는 한 사람의 불행에 더 쉽게 유발되는 이유, 일시적인 감정의 영향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성향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각각의 주제와 내용 자체가 우리의 본모습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함으로 가득하고, 또한 우리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흥미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들이기도 합니다. 또 한가지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저자와 그의 동료들이 계획하고 실행했던 실험방법들 보면서 특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하였는데, 이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함과 즐거움을 더해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자신의 아이디어나 창조물에 대해 애착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사람에게 동정심을 갖는 행위 등을 볼 때 우리는 인간이 가진 비이성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의 비이성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보다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불완성의 효과를 이해하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우리가 가진 몇몇 한계 속에서도 우리의 불완전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위의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p433~434, 에필로그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이었다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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