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지. 하나는 우리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련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라네. - p213 

 월드 와이드 웹 (www) -인터넷- 이라는 수단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 정보통신사회의 모습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담고 있는 고전으로 조지 오웰의 '1984'를 꼽는다면 조금은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 사회에 대한 위협은 그런 식의 시각이지 않을까 합니다. 주변환경이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근본적인 인간성 자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감정을 지닌 인간의 이상적인 모습은 그대로 일 것이라는 환상(?)을 유지한 채, 문제가 되는 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각 개인에게 외부에서 강요되는 억압이나 감시, 통제 등이 더 교묘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의식되지도 않은 채 실행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는 식의 자세가 대중의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이 지닌 시각은 신선할 뿐 아니라 우리가 타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섬뜩한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회시스템 안으로 융화되어 간다는 것은, 인간이 빅브라더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일차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전달 매체 또는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터넷에 의해 인간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내용이 언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주장일지도 모르지만,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 패턴만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까지도 인터넷에 적합한 모습으로 바꾸어가고 있음을 여러 과학적인 연구 사실들을 근거로 지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에 빠져 사는 듯 하지만 실상은 표면만 훓고 마는 얕고 피상적인 지식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현대인의 모습은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아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주제에 관련된 정보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시각은 인터넷 세상의 신기루에 취해 사는 호모 사피엔스의 현실 -우리의 현실-과 위기를 조금은 더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의 뇌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주장을 인간 뇌의 가소성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굳어져 정해진 경로를 따라 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관계없이 주어진 환경과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끊임없이 그에 적절한 뉴런간의 연결을 강화하기도 하고, 자극이 감소하는 부분은 연결을 감소시키는 등의 유기적인 변화를 지속하며 주변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계의 발견에 의한 시간 개념의 변화, 지도의 발전에 따른 공간 개념의 변화, 문자의 발견과 인쇄술의 발전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 등의 예를 통해서 기술의 발전이 혁명적 사고방식을 이끌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힌 사실을 주목하게 합니다. 우리에 대한 영향력을 논하라고 한다면 그러한 기술에 결코 뒤지지 않을 인터넷도 그 기술의 특성상,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특성에 효율적으로 적응해야 하고, 그러한 과정은 뇌가 그 시스템에 적합한 형식으로 사고하고 반응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 됩니다. 혹자는 인터넷은 다만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종속된 일개 기술이며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에 묶이게 되면, 결국 사람들은 인터넷이 추구하는 논리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검색은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정독하고 깊이 생각하고 여백을 이용한 정리의 과정을 통해 내면화하는 선형적인 정보 습득 과정과 달리 끊임없이 링크와 하이퍼텍스트, 광고와 다른 정보들의 유혹(?)을 물리치거나 거치는 과정을 통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은 집중력의 약화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보를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로 흘러가게 되어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할 수 있게는 하지만, 깊이있고 창의성이 넘치는 통합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대인이 열광하는 인터넷은 결국 많은 회사들이 자신의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식으로 회사의 효율성을 높였듯이, 사람들이 머릿속에 저장하고 기억하면서 응용해야 할 지식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아웃소싱하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많은 정보들을 접하지만 그냥 훓어보고 링크와 하이퍼텍스트를 따라 가며 인터넷이 인도하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흘러다닌 결과는 깊이 사색되지 않은 얕고 가벼운 지식들, 그리고 그 지식들마저 뇌의 공간에 기억해서 되새김질하는 것이 아닌 기억의 공간마저 인터넷에 아웃소싱해 버리는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인터넷 정보사회가 가져온 놀라운 모습이라는 것은 우리의 가장 인간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기억과 사고, 열정과 통찰 등의 모습을 잃고 링크와 링크 사이를 떠도는데 익숙해진 화석화된 뇌를 지닌 '생각하지 않는사람'으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보편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 사고 속에서 일어나는 풍부한 연관 짓기를 희생하는 위협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웹을 그 자체가 네트워크인 것은 사실이지만 온라인 정보의 비트들을 관련지어주는 하이퍼링크들은 우리 뇌의 시냅스와 같지 않다. 웹의 링크는 주소에 불과하고 브라우저를 다른 별도의 정보 페이지로 안내해주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태그일 뿐이다. 이들은 우리의 시냅스와 같은 유기적인 풍부함이나 민감성을 가지지 못했다. 이리 슐만은 뇌의 연결은 "단순히 기억에 대한 접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기억을 구성한다"고 적었다. 웹이 만들어낸 연결들은 우리 것이 아니며, 우리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검색과 서핑에 쏟는다 해도 결코 웹의 연결이 우리의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계에 기억을 아웃소싱할 때 우리는 지성이나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1892년 기억에 대한 강의를 끝맺으며 "연결은 진정 사고다"라고 했다. 여기에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 "연결은 진정 자아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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