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어스 시이저 - 전예원세계문학선 305 셰익스피어 전집 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8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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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일 여러분 가운데 시이저의 절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분에게 말하겠소이다, 시이저에 대한 브루터스의 우정도 그분 못지 않다고. 그렇다면 아마 그 친구는 나에게 물을 것이오, 브루터스는 왜 시이저에게 역모를 했느냐고. 내 답변은 이렇소이다. 내가 시이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오. 여러분은 시이저가 죽고 만인이 자유롭게 사는 것보다 시이저가 살고 만인이 노예로 죽는 것을 원하십니까? 시이저가 날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울었고, 그가 용감했기에 그를 존경했습니다. 그러나 시이저가 야심가였기에 난 그를 죽였소. 시이저의 사랑에 대해서는 눈물이 영광에 대해서는 기쁨이 있을 뿐이오.... - p86~87, 3막 2장, 광장에서의 브루터스의 연설 중에서   
 

  '브루터스, 그대마저?' -'You, too, Brutus!'- 암살당하는 순간에 시이저가 내뱉는 대사입니다. 브루터스가 배반하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기도 하고, 폼페이우스에게 가담하여 자신에게 대항하였던 그를 사면하고 중요 요직에 기용하며 그의 재능을 아꼈던 자신의 사랑을 몸을 찌르는 비수로 되갚는 것에 대한 원망어린 질책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브루터스는 그대로 자신의 대의 명분이 있었으니, 시민들에 대한 연설에서 자신이 '시이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시이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변함이 없지만 황제가 되려는 시이저의 권력에 대한 야망을 용납할 수 없어서 암살한 것이라고 변론합니다. 그러한 자세는 다른 사람들과 암살을 모의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나타나고, 심지어 앤토니와 옥테이비어스에게 필리피 전투에서 패하여 자살하는 순간에는 '시이저, 이젠 눈을 감으시오. 내 심정은 당신의 가슴을 지금처럼 찌르고 싶진 않았소.'라는 말을 남김으로써 인간 시이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여전했음을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공적인 영역에서의 시이저에 대한 대담한 암살 가담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시이저에 대한 여전한 사랑과 존경을 나타내는 브루터스의 이중성은 그가 로마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창건한 루키우스 유나우스 브루터스의 자손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듯 합니다. 즉 자신을 사면하여 중용해 주고 로마제국을 강건하게 이끈 인간 시이저에 대해서는 한없는 존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것은 공적인 영역에서 로마의 공화정이 유지되고 그 이상이 실현되는 것이었을 텐데, 시이저가 그러한 공화정을 위협하고 황제가 되려고 한다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브루터스는 그 두 영역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자신의 운명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토마스 노드가 번역한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사극에서 비극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씌여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4대 비극이나 이후 작품에서 느껴지는 복잡다단함은 훨씬 덜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간다고 하더라도 내용과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듯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미처 알고 느끼지 못한 작가의 의도가 있기도 하겠지만, 작품의 큰 줄기는 로마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겠다는 브루터스의 일관된 삶의 모습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암살을 모의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그는 결코 사적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대의명분에 충실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공화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은혜를 끼친 시이저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과 흠모도 탈색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통해서 부각시키고자 했던 인간상은, 비록 이 작품의 제목이 <줄리어스 시이저>이기는 하지만, '이상주의자이면서 남달리 애국심에 불타는' 사람, 도덕적인 근엄성과 자주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 정중하고 강직하며 자신에게까지 엄격할 뿐만 아니라 '명예를 위해서는 사랑까지도 거부하는 사람' 브루터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마지막에 앤토니의 입을 빌려 그의 처절한 죽음을 이리 추모합니다.  '이 분은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결한 로마인이었다. 브루터스를 제외한 역모자들은 모두 위대한 시이저를 증오하여 그를 시해했소. 그러나 이분만은 공명정대한 정의감과 만인의 행복을 위하여 한패가 된 것이었소. 그분의 생애는 고결하였소. 그의 인품은 원만하여 그 때문에 대자연도 숙연히 고개를 들어 "이분이야말로 인간이었다!"고 전세계를 향해 외칠 수 있을 정도였소.' - p140, 5막 5장, 앤토니 

 

  ..... 만일 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한쪽 눈에는 명예를, 또 한쪽 눈엔 죽음을 준다 해도 좋소. 공평하게 대할 거요. 하늘은 내가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영예로운 이름을 존중하는 인간인 것을 알 것인즉. - p27, 1막 2장, 브루터스 

 ..... 브루터스는 현체제가 우격다짐으로 짓누르는 가혹한 생활을 감수하며 로마의 시민임을 자랑하느니보다 차라리 일개 촌민이 되리다. p30, 1막 2장, 브루터스

 ..... 머리를 베고 팔다리마저 자른다는 건 분노에 사로잡혀 죽이고, 죽인 후에도 증오하는 격. 앤토니는 시이저의 팔다리에 불과하오. 우린 제단에 제물만 바칠 뿐, 도살자가 되어서는 안되오, 카이어스. 우리가 궐기한 것은 시이저의 정신에 맞선 때문이오. 인간의 정신에는 피가 흐르고 있지않소. 오, 가능하다면 시이저의 정신만을 해치우고, 육체는 다치고 싶지 않소! 그러나 아, 시이저가 피를 흘려야 되다니! 동지 여러분, 그를 대담하게 죽입시다. 격분해선 안됩니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서 그를 벱시다. 사냥개한테 던져주는 시체로서 난도질해서는 안됩니다..... p53~54, 2막 1장, 브루터스  

 어떻게 피할 수 있겠소, 위대한 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 비겁자는 죽기까지 몇 번이든 되풀이 죽지만 용감한 자는 단 한 번 죽음을 맞이하는 법이오. 내가 아직까지 들어온 많은 일 가운데 가장 이상한 일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거요. 인명은 재천이라, 갈 때가 되면 가게 마련이오. - p62, 2막 2장, 시이저 

 잊지 마오 3월 15일을, 3월 15일을 잊어서는 안되오! 위대한 줄리어스가 피흘린 것도 정의 때문이 아니오? 칼로 그의 몸을 찌른 사람치고 그것이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악당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소? 이땅 위의 최고의 인물을 다만 노략질을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한 우리들 가운데 한 사람이 이제 와서 비열한 뇌물에 우리의 손을 더럽히고 한없이 크고 엄청난 명예를 단지 몇 푼 안되는 돈에 팔아넘기고 그러고도 좋다는 거요? 난 차라리 개가 되어 달을 보고 짖고 싶소, 그런 로마인이 되는니. - p107~108, 4막 3장, 브루터스 

 좋은 말은 악랄한 칼보다 나은 것이다, 옥테이비어스. - p124, 5막 1장, 브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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