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셰익스피어 How To Read 시리즈
니콜러스 로일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욕심은 아닐 것입니다.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또한 널리 읽히기도 하지만, 각 작품에 대한 이해나 해석 또한 알려지고 읽힌 만큼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라, 그러한 다양함이 결국 의욕을 가지고 덤벼드는 나를 이내 기가 질리게(?) 하고는 합니다. 그저 수수하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욕이 앞선 때문이겠지요. 별반 다져진 기초가 없는데, 그래도 대가의 작품을 읽은 척이라도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니, 결국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초보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읽는 즐거움마저도 누리지 못하고 고꾸라질 수 밖에 없는 일이겠지요.  

 앞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번역본이 아닌 영어로 된 원문을 읽어야만 제대로된 작품감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번역을 하기는 하지만, 언어가 바뀌는 순간, 셰익스피어가 영어를 통해 꾸몄던 세밀한 말이나 단어의 배열을 통한 말장난이나 숨은 의미, 그리고 음율 등이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가지 의미는 전달할 수 있겠지만, 말을 통해서 그 배후에 이중 삼중으로 숨겨진 말의 의미는 전달되지 않으니 번역본을 읽는 것은 셰익스피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에 역자가 의도하고 이해한 부분만을 읽고 이해한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영어를 웬만큼 한다는 사람들도 원저작을 제대로 읽고 그 숨겨진 작가의 의도까지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하니, 다른 언어를 쓰는 평범한 독자의 입장에서는 번역본이라도 감지덕지하며 자꾸, 자꾸 읽을 수밖에요.....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처음 대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저자의 의도는 독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생생하게 읽어 낼 수 있는 방법, 즉 셰익스리어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니까, 분명 독자들을 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영어 원서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번역서로 읽는 것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점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자도 후기에 그러한 아이러니를 이리 토로하고 있습니다. '<How to read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의 말맛을 깨우치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를 원문으로 읽을 계획이 없는 사람에게 이 책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를 원문으로 읽을 실력이라면 독자 여러분이 이 <How to read 셰익스피어>를 번역본으로 읽고 있을까? 이 책 역시 원문으로 읽고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하지만 역자의 말대로 '셰익스피어를 원문으로 읽을 수 없다고 그의 위대함을 엿볼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역자는 셰익스피어를 원문으로 읽을 실력은 안되지만, 그 말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이 책과 함께 원전을 곁에 두고, 이 책에서 인용된 원전 부분을 먼저 읽고 저자의 설명에 귀기울여 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 후에 번역본으로 온전한 작품 전체를 대하고, 여력이 생긴다면 온전한 원전 읽기를 시도해 보기를..... 

 번역본으로서 이 책을 대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신선함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셰익스피어가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룬 천재임을 인정하고, 그가 사용한 언어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안한, 실마리가 되는 단어 하나로 작품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실타래 같이 얽힌 언어의 마법을 풀어보는 방식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의 문을 열어 보이는 듯 합니다. 톡톡 튀는 재치꾼-베니스의 상인-, 환영-율리우스 카이사르-, 사랑에 흔들리는-좋으실 대로-, 벙어리들-햄릿-, 눈을 멀게하다-오셀로-, 안전한-맥베스-, 끄덕임-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등 일곱 작품 속에서 각각 단 하나의 단어만을 끄집어내서 전체를 꿰뚫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 탁월한 방식을 하나 깨우치게 된다고나 할까요....  부족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자꾸 자꾸 읽을 수 있는, 단어를 통한 좀 더 풍성한 상차림의 방식을 배웠다는 즐거움을 주는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언어는 언제나,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전제하에, 즉 움직임, 몸짓, 만들기, 행위 하기의 전제하에 해석되어야 한다. 앞으로 명확하게 보여주겠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이고 강렬한 느낌은 그가 언어를 사랑한다는 느낌이다. 말을 가지고, 그리고 말이 초래할 수 있는 놀랍고도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은 제 생명이 따로 있거나 기계적인 힘이 있는 듯 느껴진다. 하나하나가 작은 검색 엔진이며, 참견쟁이 꼬마 도깨비이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기이한 생물 같다. -p12, 저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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