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멈춤
고도원 지음, 김성신 그림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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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를 무한경쟁이 판치는 사회라고 비판하고는 합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정직이나 희생, 배려 등의 덕목보다는 물질적인 성취가 우선시되고,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모습들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쿨하게 사는 방식의 하나로 인정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년전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광고에 등장해 사람들 사이에 인사말로 사용되면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는데,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면 그런 논란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유치해 보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생각과 가치관이 변해버린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에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면 결국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타고 있는 삶이라는 자전거-또는 쳇바퀴(?)-의 페달을 돌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더 나은 학교에 진학하고 더 훌륭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험과 공부라는 자전거를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을 것입니다. 젊은 세대는 더 나은 취업을 위한 경력과 실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못하고 있을 것이고, 결혼을 한 세대들은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고 노년의 준비를 위한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삶을 온전히 쏟아붓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시대에 열심히 산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이런 모습의 삶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이런 삶에서 약간 벗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존재 자체가 삶과 생각의 중심에서 밀려나서 세상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객체로 취급당하고, 더 많은 부와 명예의 소유가 삶의 중차대한 목표로 생각된다면, 아마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인생 처음부터 끝까지 삶의 자전거를 멈추지 못하고 말지도 모를 일입니다..... 

 속도와 경쟁의 시대다. 무조건 빨라야 살아남는다.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속도와 경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휴식을 모르면 위기가 온다. 사람이 쉬기 위해 멈추면 휴식과 충전과 여유를 알게 되지만, 고장이 나서 멈추게 되면 뒤늦은 후외와 회한만이 돌아온다. 몸과 마음을 갉아먹기까지 한다. 그렇게 때문에 틈틈이 휴식의 시간을 만들어 낼 줄 알아야, 어느 날 갑자기 멈춰 서는 위기의 순간을 막을 수 있다. -p148~149 

 자동차는 언제 멈춰 서나요? 고장이 났을 때, 기름이 떨어졌을 때 멈춰 섭니다. 그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안전 운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잠시 멈춰서 '쉼표'를 찍어야 참 인생, 건강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휴식할 자격이 있습니다.  -p151  

 이 시대에 우리가 잠깐 멈춰 서서 휴식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와 그래도 잠깐 멈춤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긴 글들입니다. 우리가 경주에 임할 때, 잠깐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것은 곧 등외로 낙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물론 마라톤과 같은 경기에서는 그 의미가 자전거 경주나 자동차 경주와는 다르겠지만- 속도와 경쟁을 앞세우는 우리 시대에서 스스로 잠깐 멈춘다는 것은 경쟁자들과 다른 종류의 삶을 살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일 것 같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자신감을 회복하여 더 속도를 올려보았던 경험이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잠깐 멈춤을 외칠 수는 없을 것이고, 뒤따르는 사람들과 앞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서 스스로의 속도를 늦추는 일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장이 나서 멈춰 서게 되면 영원히 낙오하는 것이 될터이니, 미리 잠시 휴식을 취하고 힘을 얻는 것이 필요한 것을 알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현재의 내 자전거의 페달을 잠시라도 멈추는데는 분명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저자는 80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잠시 관심을 돌려 멈추어 설 수 있도록, 그리고 삶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밀 수 있는 희망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 것이지, '잠깐 멈춤' 속에 얼마나 많은 인생의 영양분이 숨겨져 있는지, 어떻게 삶의 속도를 멈출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우리가 속도를 늦추고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조언들을 들려 주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잠깐 멈춤'의 수단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명상, 독서, 여행, 꿈 그리기, 잠깐의 기도, 다른 사람과의 나눔....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저자가 말하는 잠깐 멈춤의 시간이나 내 안에 꿈을 그리고 채우는 시간은, 때론 많은 날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5분, 10분의 짬으로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이나 주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삶을 대하고 다루는 방식과 기꺼이 작은 실천이라도 하겠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 생각한다면 달리는 내 삶의 자전거 위에서 속도를 늦추기 위해 가볍게 브레이크 잡아볼 수도, 용기를 내어 아주 잠깐이라도 페달을 멈추어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오늘 하루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저자가 들려주는 80편의 보석같은 글들의 첫 번째를 꿰어보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p.s. 아래 글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떤 글을 보다가 눈길이 간 구절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아들에게 쓴 글 속에 담겨 있는 구절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전거 타기는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잠깐 멈춤과는 다른 의미로 이해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묘한 대조를 이루는 면이 있습니다. ^^   

Life is like riding a bicycle. To keep your balance, you must keep moving -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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