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돌베개 석학인문강좌 12
김호동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화 시대'나 '지구촌 시대'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일이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지구상의 가고 싶은 곳을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누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계가 밀접하게 얽혀서 돌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현재를 사는 누구라도 그런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어렵지 않게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누구나 당연시하는 그런 사실들이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생각한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이리 당연하게 여겨진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님을, 그런 사치는 과학과 통신과 교통 수단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였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시간과 공간적으로 '하나의 지구' 또는 '하나의 세계'라는 개념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인터넷이나 미디어의 발전, 통신수단과 교통수단의 발전이 우리에게 안겨준 이동이나 정보 전달의 신속함에 함께 묻어오는 현실감이 중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생활 환경이 자연스럽게 그런 개념에 녹아들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세계사라는 측면에서도 그런 시간과 공간 개념의 확장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립된 각 지역의 개별적인 역사나 문명을 모아서 퍼즐 맞추기 식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세계(사)가  발전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고립된 각 지역이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사)'를 이루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그 이전과 그 이후는 분명 인류 역사에 커다란 분기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앞에서 언급한 통합된 세계(사)의 시작을 몽골제국의 출현에서 찾고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광대한 지역에 걸쳐서 수많은 나라와 문명, 제국들이 명멸하였던 역사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 즉 유라시아 각 지역이 그 이전의 상대적인 고립성을 극복하고 유기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몽골제국의 시대에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견해에 대해, 실크로드와 몽골제국의 성립과 발전, 그리고 몽골제국 영향하에서 이루어진 세계지도와 세계사의 출현 과정을 독자들에게 차분히 설명하며 설득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장에서는 실크로드를 '동서간의 단순한 교역로'서의 단선적인 면에서 파악하지 않고, 동서간의 교류와 더불어 '남북으로 유목민과 농경민 사이에 이루어진 역동적인 관계'속에서 이해해야 함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사 전개과정의 한 축으로서의 유목민-일반적으로 '군사적으로는 강력했지만 문화적으로는 후진적'이라고 여겨진-에 대한 정당한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칭기스 칸에 의한 몽골제국의 탄생과 응징과 약탈을 주로하는 유목국가의 성격에서 벗어나 초원지대와 농경지대를 정복하여 지배하는 제국으로의 변화, 그리고 제국의 급격한 팽창의 결과로 빗어진 제국의 분열 -저자는 전통적인 몽골제국의 4개의 칸국으로의 분열이라는 관점을 수용하지 않고 각 울루스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긴 했지만 '대몽골 울루스'라는 제국적 연대감과 일체성을 보존하고 있는 울루스들의 복합체 성격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에 걸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여 단일한 정치질서 속에서 이루어진 동서 대교류를 '팍스 몽골리카'로 표현하면서, 그러한 방대한 교류의 근간이 된 역참제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민족을 등용하고 각 민족의 문화를 인정하고 소통을 위한 각 언어와 문자에 대한 사전 편찬 등을 통해서 유라시아 지역의 여러 전통들을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은을 근간으로 한 화폐경제의 통합하여 원거리 교역과 여행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고, 실제로 마르코 폴로, 랍반 사우마, 이븐 바투타 등의 동양과 서양으로의 대여행은 상대지역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4장은 세계사의 시작으로서의 몽골제국을 논하고 있는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을 이루어 낸 '대항해 시대'의 시작은 팍스 몽골리카라는 몽골제국에 의한 동서 대교류에 편승하여 나타난 마르코 폴로 등의 '대여행 시대'에 의해 이루어진 세계관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공간적인 차원에서 세계관의 확대를 의미하는 정확한 세계지도의 출현과정과 시간적인 의미에서의 세계관의 확대를 의미하는 라시드 앗 딘이 편찬한 '최초의 세계사' <집사>라는 책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유럽 또는 서양 중심적인 세계의 역사를 배우고 그러한 시각에서 씌여진 세계사를 당연시하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에는 그리스와 로마제국, 중세의 유럽과 신대륙의 발견, 근대의 산업혁명, 1차 및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근간은 모조리 서양 중심의 역사가 차지하고 있고, 중화를 기치로 삼는 중국의 역사마저도 세계사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변두리로 생각될 정도입니다. '역사는 승리한 자 또는 강한 자의 기록'이라는 냉정한 사실을 생각하면, 비록 한때 유라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이루었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겨우 나라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몽골제국의 역사를 아무도 세계사의 중심에 두고 합당한 대우를 해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자의 세계사의 시작으로서의 몽골제국의 역사에 대한 이 책의 고찰은 그리 경시되고 왜곡되어 온 인류 역사의 숨겨진 진실의 한 조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저자가 말한 모두 다가 사실인 것은 아닐지라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쌓이고 또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의 시각을 잃지 않은 역사의 진실을 더 많이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유럽을 질적으로 도약시켰지만, 그보다 훨씬 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던 정화 함대의 원정은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세계사의 중심축을 유럽에 넘겨주고 말았던 엇갈린 운명 또한, 몽골제국의 지배와 제국의 소멸 이후 출현한 유목국가들과의 충돌과정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륙지향적인 정책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적 배경 때문이었다는 분석은 몽골 제국이 남긴 세계사의 가장 큰 명암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