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의 한계 -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떻게 느껴지든지 간에, 확신은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고 사고 과정조차도 아니다. 확신과 '우리가 뭘 아는지를 알고 있는' 유사한 상태들은 마치 사랑이나 분노처럼, 이성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무의식적인 뇌의 기제들로부터 일어난다. - p12 

 위의 글은 저자가 말하는 '확신' 또는 '안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이자 이 책의 중심 주제입니다.  즉 확신이나 신념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순수하게 신중하고, 논리적이고,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라,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성과는 무관한 무의식적인 뇌의 숨겨진 층에서의 은밀한(?) 작업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실에 대해서 '안다' 또는 '확신한다'는 생각 -또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믿듯이 어떤 확실한 증거나 과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뇌의 기본작동 방식인 수많은 뉴런을 통한 입력이 뇌의 숨겨진 층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 작용에 대한 처리과정을 통해서 자각되는 것으로, 결국 모든 '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그러한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해서만이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확신이라는 것 또는 불신이라는 것은 우리가 믿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고유하고 순수한 이성적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무의식의 과정이라는 불수의적인 감각을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한 개체의 유전적 소인이나 태어나서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우게(?) 된 여러 인자들에 의해 독특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그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순수하게 객관적인 앎이라든가, 결코 오류가 없는 진실 또는 이성이라는 것은  그 동안 사람들이 쌓아온 신화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자는 생물학적인 우리의 신경망을 단순화하여 입력, 숨겨진 층, 출력의 과정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빛이 눈으로 들어가면 망막이 그 섬광을 전기 데이터로 바꾸어 시신경을 따라 뇌로 보내는 입력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아무런 변형없이 순수하게 뇌에 도달하여 의식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의 대기역으로 가서 그 동안의 모든 생물학적인 성향과 과거 경험들을 대변하는 문 뒤-의식의 뒤, 즉 무의식의 과정-에서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조사와 평가, 논의가 이루어진 뒤에 슬며시, 하지만 매끈하고 세련되게 합의된(?) 데이터가 의식의 세계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데이터를 통해서 자기가 본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안다고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 각각의 사람들이 가지는 신경망의 구조는 그 사람의 유전적인 소인과 환경 요인에 의해서 차이가 나고, 그 차이라는 것은 결국 문 뒤에서 작용하는 숨겨진 층 -무의식의 영역-이 주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를 낳게 되므로, 결국 우리가 안다는 것은 아주 객관적인 것,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각 개인의 앎의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같은 빨간 색이라도 각 개인이 동일한 색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같은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노래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각 개인이 느끼는 감각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고, 그 영역을 더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종교와 과학간의 대립, 이성과 직관간의 대립 등도 결국은 그러한 차이에서 연유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두번째 읽어보지만, 기본적인 개념들을 어느정도 알 듯하다가도, 더 읽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에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엉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자주 가질 수 밖에 없었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개념들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은 뇌의 작동방식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해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에 덧붙여 '인지부조화, 신경망과 인공지능, 모듈과 창발, 학습과 기억, 보상과 중독, 본성과 양육, 의식과 무의식' 등의 인지과학의 영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대면하는 신앙과 과학, 객관과 주관, 이성과 직관 등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적용할 만한 능력까지 요구하는데서 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는데 어령움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각시키는 것이지 않을는지...... '확실성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불쾌함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개연성이라는 언어와 도구를 주었다. 우리에게는 어떤 의견이 맞을 가능성에 따라 그 의견을 분석하고 순위를 매기는 방법들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그로스의 '지식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무지다'는 말....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유명한 말 '너 자신을 알라.' 다시 책의 주제로 돌아와서 '안다, 맞다, 확신한다, 확실하다는 느낌들은 신중한 결론도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정신적인 감각들일 뿐이다.'....'당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어떻게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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