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프레드 캐플런 지음, 허진 옮김 / 열림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한 세기 전, 한 위대한 미국인은 노예해방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의미심장하고 상징적인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 역사적 선언은 불의의 불길에 고통을 받던 수백만 흑인 노예들에게 희망의 등불로 다가왔습니다. 긴 예속의 밤을 끝내는 환희의 새 아침으로 다가왔습니다.  - 1963년 8월23일, 마틴 루터 킹

 젊은이와 노인, 부유한 이와 가난한 이,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흑인과 백인과 히스패닉과 아시아계와 미국 원주민,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든 미국인이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미국은 붉은 주 (공화당 우세 주)나 푸른 주 (민주당 우세 주)의 집합도 아니고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보냈습니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 언제까지라도 늘 우리는 미합중국인 것입니다...... 미국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분열되어 있었을 때 링컨이 말했듯이, 우리는 적이 아니라 친구이고 동지입니다. - 2008년 11얼 4일,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의 당선 연설에서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을 두고 남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산물이라거나 그가 노예해방 자체보다는 미합중국이라는 중앙집권적인 연방주의를 유지하는데 정치적인 목표를 두었다는 등의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그가 이룬 남북전쟁의 승리와 노예 해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은 위에서 인용한 글들처럼 미국이라는 역사속에 고스란히 살아서 숨쉬면서 굴곡된 역사 속에서도 꾸준한 인권신장을 이루며 강대국을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결국은 현재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정확히는 혼혈인-으로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만든 견고한 초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극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왕성한 독서욕과 지식욕을 바탕으로 시골(?)의 변호사에서 주의회 의원, 연방하원 의원, 그리고 연방상원 의원이 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미국의 16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입지전적인 일대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훌륭한 본을 보여주는 삶의 모습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이 책도 링컨 대통령의 그런 삶을 다룬 책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책들이 말한 정치가나 입지전적인 위인, 또는 신앙인으로서의 링컨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링컨 대통령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문학과 언어라는 측면에서의 그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가 지독히도 가난한 삶을 극복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여러 좌절스런 상황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성취한 원동력,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이라는 위대한 일을 이루는데 바탕이 되었을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의 근원은 글읽기를 즐기고 또한 글쓰기를 즐겼던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길러진 '문학적 감성과 창의력'이 그 바탕이라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손에 들어오는 책은 모두 다 읽고 외우기를 즐겨했던 소년은 자라면서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번스와 바이런을 읽고, 스스로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만의 정직하고 다듬어진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렀고, 정치가로서의 자신의 글과 연설문에 그러한 능력을 훌륭하게 담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존경스럽게 바라보는 링컨 대통령의 위대한 삶의 바탕에는 바로 언어 - 올바르고 정직한 말- 가 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읽기와 글쓰기와 말하기라는 측면에서의  링컨 대통령의 일생을 일관되게 추적하고 있다는 점, 그러한 논점을 통해서 링컨 대통령의 또 다른 면모를 읽는 사람들에게 설득하였다는 점, 그리고 현실에서의 정직하고 잘 다듬어진 언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다른 링컨 전기나 책들과 다른 신선함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과 글이라는 한가지 주제에 과도하게 집중함으로서 그러한 주제에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마련인 한 사람의 삶을 너무 정형화시키려고 했다는 느낌이 드는 면이 있고, 신앙이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링컨 대통령을 이신론자 또는 성경이나 하나님을 결코 믿지 않은 단지 자신의 정치적 성취를 위해 신앙을 이용한 사람 정도로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인용되 글들을 대하다 보면 저자의 의향이 투영된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하고, 링컨 대통령의 삶이 현재 우리 대통령의 삶과 닮은 면이 있다는 면에서 관심이 갈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말이 권력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정직과 진실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저런 속임수와 말장난으로 얼버무려지곤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모름지기 한 사회를 통합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능력으로서의 말의 정직성과 문학적인 감수성에 대한 모델로서의 링컨 대통령의 모습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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