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 마더 데레사 탄생 100주년 기념 전기
레오 마스부르크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마더 데레사..... 

 이젠 이 이름에 다른 어떤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성녀,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 노벨상 수상자, 사랑의 선교회의 창립자 등등 많은 수식어로 이 이름을 꾸밀 수도 있겠지만, 이제 우리는 그냥 Mother Theresa라는 이름만으로도 그러한 많은 수식어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 자신의 옆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품안에서 사라졌을 때,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소중함을 절절하게 느끼곤 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사람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름도, 그녀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알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젠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직접 만나고 이야기하고 또는 방송이나 여러 매체 등을 통해서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기에, 더욱더 그녀의 삶에 담겼던 가치가, 그녀가 베풀었던 사랑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지나간 과거만을 더듬을 수밖에 없기에 기억속의 그녀의 삶은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각인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지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마더 데레사의 삶을 회상하는 이야기들과 책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치고 깨우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은 데레사 수녀의 일생을 담은 전기라기 보다는, 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 쓴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기라는 것이 한 사람의 태어남과 자라는 과정, 뜻을 세우고 일을 이루어가는 일생의 사건들을 나름대로의 체계에 의해 기록한 공식적인 성격의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격식의 중요함보다는 데레사라는 한 사람의 섬기고 보살피는 삶에 담긴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따뜻함에 초점을 맞춘 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용에는 딱딱하거나 틀에 매인 이야기들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데레사, 오로지 예수님만을 앞서 세우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고 자신의 삶이 온전히 하느님의  은혜의 통로가 되는 것에 자족해하던 한 사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그녀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존경과 감사와 경탄이 그녀의 삶을 더 따뜻하고 의미있는 사랑으로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삶 자체가 곁에서 그녀를 보좌했던 신부였던 글쓴이를 그리 감화시켰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것 같습니다. 스물 세편의 이야기 곳곳에는 기차여행 중에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강렬한 부르심을 체험하고,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기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기로,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와 인도를 완전히 신뢰하기로 결심하고 나섰던 육체적으로는 갸날프게 보이지만 영적으로는 위대한 걸음걸이를 내디뎠던 데레사 수녀의 삶속에 담긴 우리-특히 신앙인들-를 향한, 그리고 사람들을 향한 온화하지만 강렬한 하느님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습니다. 데레사 수녀의 말을 인용하여 읽는 이들에게 전하는 여러 이야기-또는 가르침 또는 깨우침-들은 메마른 이론이나 구호가 아니라 실제 삶속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었던 그녀의 삶을 훨씬 친밀하고 가깝게 느끼게 해주고, 곁에서 직접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록은 데레사 수녀의 인간적인 면모 또한 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아마 이러한 형식의 기록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장의 제목 '마더 데레사는 살아있다'처럼 그녀의 모습은 지금 볼 수 없지만, 데레사 수녀가 행한 삶과 사랑은 여전히 그녀을 알고 배우고 함께 했던 수녀들과 사람들을 통해서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 속에 살아있는 데레사 수녀의 모습을 통해서, 또한 더 궁극적으로는 그녀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베풀고자 했던 사랑을 통해서 더 많은 버려진 영혼들이 위로를 받고 평안을 얻으며 궁극적으로는 구원에 이룰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자신을 하느님의 연필이라고 여겼던 데레사 수녀처럼, 믿는 이된 나 역시도 하나님의 연필이 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행할 수 있기를 ..... 

 -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는 정말 쉬워요. 저 아래를 보세요!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이해하는 일도 쉬워요. 그분은 이 모든 것을 창조하셨으니까요. 하지만 하느님의 겸허함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p72 

 - 우리가 얼마나 많이 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렇게 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거기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p85 

 - 여러분과 저, 우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무시무시한 겸허함을 보게 됩니다. 그분은 너무 위대하고 놀라워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용해서 그분의 '위대함'을 보여 줍니다. 바로 그래서 그분은 우리를 사용합니다. 우리는 단지 관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흘러가게 하면 됩니다. p138 

 - 가장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를 발견하기 위해 콜카타까지 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여러분이 있는 바로 거기에, 그리고 아주 자주 여러분 자신의 가정 안에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서 사랑하세요. 그들이 여러분 삶 속에서 예수님에 대한 여러분의 사랑을 볼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랑의 실천적 행위를 통해서 말이예요. p176 

 - 신부님, 하느님은 제가 성공하도록 소명을 내리지 않으셨어요. 그분은 제가 충실하도록 소명을 내리셨죠. p219 

 - 신부님 우리가 하는 일이 기적이 아닙니다. 기적은 그런 일을 하면서 우리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p226 

 - 저는 천국이 어떨지 확실히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죽어서 심판을 받을 시간이 되면, 하느님이 우리가 살아 있을 때 얼마나 많이 좋은 일을 했는지 묻지 않으시고, 얼마나 많이 사랑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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