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제학 (반양장)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이 책의 발간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 중 한 사람이 누리엘 루비니 교수라는 사실 때문일 듯 합니다. 2008년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및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또한 그 전개과정까지 소상히 설명해 낸 혜안이 있었던 그가 아직까지 금융위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회복이냐, 더블딥이냐의 혼돈으로 인한 공포에 억눌려 있는 세계 경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그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주시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 속에는 그가 예측했던 것들만큼 그가 제시하는 위기에 대한 돌파구도 믿음직하리라는 기대도 함께 담겨 있겠지요.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 처음으로 꼽았던 기억입니다. 그보다 더 앞선 원인으로 자기 집을 소유하고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부추겨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집을 사게 만든 제도와 능력이상을 가지고자 했던 사람들의 탐욕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크게 보면 한 가지의 원인을 세분한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인에 대한 지적은 한편으로는 이번 위기가 반복적인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블랙 스완과 같이 아주 특별한 그리고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의 위기라는 설명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더 근원적인 곳에 있고, 지금까지 있어왔던 다른 경제위기에 동일한 형태의 반복일 뿐이며, 분명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아무도 그러한 징조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을 뿐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번 위기의 근원에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보수 체계와 구조 -즉 단기 성과에 근거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종사자들이 근시안적이 고위험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괴리-, 그리고 여러가지 채무에 대한 무분별한 증권화, 통제받지 않은 그림자 은행 시스템 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그러한 근본적인 원인들이 쌓여 위기의 씨앗을 품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기를 실제로 느끼게 겉으로 표현된 모습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후는 신뢰상실과 공포로 인한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와 지급불능사태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이었고, 결국은 그러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금융위기도 이전의 여러 경제 위기와 동일한 거품의 생성과 붕괴라는 예측 가능한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그 시작에서부터 전개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현재의 우리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세계경제가 느리게라도 회복단계에 들어설 것인가 아니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더블딥으로 가라앉을 것인가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저자는 W자형 위기보다는 U자형 회복에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기본전제는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가지 해법들 -왜곡된 금융종사자들의 보수시스템의 개선, 무분별한 증권화 과정의 정비, 신용평가기관들의 개선, 구제조치로 형성된 대마불사라는 도덕적 해이의 극복 및 대형 금융기관의 해체, 균형잡힌 경상수지의 유지 등-이 적절하게 실시되어, 거품의 원인을 제거하고 과도한 부양책으로 인해 발생한 정부의 재정적자를 적절하게 통제한다는 가정하에서 입니다. 물론 미국 및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전지구적인 공동노력의 중요성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전망' 편에서는 저자들은 U자형 회복에 더 무게를 주는 의견을 견지하며, 미국, 일본, 유럽, BRIC 등의 국가가 지니고 있는 위험요인과 극복요인들을 논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떻게든 더 나은 국면으로 발전하리라는 희망섞인 전망과 함께,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운다면 결국은 공멸의 위험성이 있음을, 그래서 서로 공조하는 자세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저자가 BRIC의 뒤를 이을 국가군의 처음에 우리나라는 거론하며, 정교한 첨단기술로 무장하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이고 숙련된 노동력을 가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마도 제일 관심이 가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남북분단에서 야기되는 위험, 특히 북한의 붕괴라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노력과 열매에 대한 기분좋은 평가임에는 틀림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우리앞에 놓인 문제를 지혜롭게 헤쳐나갈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나간 세계의 크고 작은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그에 바탕을 둔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시원스런 지적과 그 전개과정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그리고 해법에 대한 단호한 주장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마냥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위기가 전혀 어찌하지 못하고 당해야만 하는 블랙스완과 같은 위기가 아닌 지금껏 반복되던 위기의 하나라는 면에서 이러한 위기를 모면할 더 나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함께 안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해결책들이 세계, 또는 한 국가라는 단위에서 계획되고 시행되어야하는 것들이기에, 그 위기 가운데 움츠리고 있는 각각의 개인들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거의 없다는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점입니다. 아마도 지금의 위기는 그런 개인의 범위에서 논하거나 대처하기에는 너무 크고 넓게 자란 것이라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럼 나는 어찌할까?' 하는 의문에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됩니다. 더 나은 개인들의 삶을 위해서, 이번 위기 앞에 선 전문가들과 정책입안자들이 이러한 광대한 위기를 또한 광대한 개혁의 계기로 삼아 더 나은, 그리고 더 안정된 금융시스템과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지혜와 결단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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