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온 철학씨 - 문득 되돌아보고픈 인생
마리에타 맥카티 지음, 한상석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이란 무엇인가? 아마 많은 사람들은 나처럼 'philosophy'라는 단어를 떠올리고는 그 어원을 따라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지혜'라는 것은 무엇이고 '사랑한다 또는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가 등의 물음에 이르면 이내 말문이 막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이라는 단어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철학이라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 또는 특별히 그 학문에 뜻을 둔 사람, 또는 앞선 시대를 살았던 칸트나 헤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이 했던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옆의 동료가 철학을 논한다면 '개똥철학'이라고 놀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더더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철학이 말하는 지혜보다는 지식적인 측면에서의 앎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더더구나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최우선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겨우 어원에서 그 정의를 유추해내고 철학자 몇 사람의 표면적인 사상이나 유명한 말 몇 마디로 철학을 이해하는 일반인들에게 철학이라는 고상한 학문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시중의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대부분의 철학서적들도 철학자들의 난해한 저술들이거나 철학자들의 사상을 시대순 또는 사조별로 나열한 입문서라는 사실 역시 일반인들의 철학하기에 대한 장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이런 질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를 바로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과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대학생 조(Joe)의 대답 '내게 좋은 삶이란 인생의 모든 것에서 충동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강요당한다는 느낌 없이, 실제로 또 조리 있게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우리에게 안겨주고 싶어하는 철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것들에 대해서 분명하고 조리있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갖고 그러한 생각과 성찰을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좋은 삶을 이해하고 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우리가 누릴 수 있고, 또한 누리기를 바라는 철학에 대한 설명입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철학이란 바로 우리의 삶, 물질과 단절과 불안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현대문명의 차가움 속 어디에선가 길을 잃은 우리의 삶에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우고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주어진 열가지 주제를 가지고 생각하기와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서 더 좋은 삶으로 나아가기를 연습하는 철학 안내서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가 좋은 삶의 끈을 엮어가기 위해 먼저 연습하기를 바라는 열가지 주제는 단순함, 의사소통, 시각, 유연함, 공감, 개성, 소속, 평온함, 가능성, 그리고 기쁨입니다. 지금보다 덜 도시화되고 산업화된 시절에는 미덕으로 생각되었던 주제들일 수 있지만, 현대인들의 삶에서는 대부분 뒤로 밀려난 것들이고 언급된다고 하더라도 철저하게 계산되거나 의도적인 면이 강조된 채 본래 의미가 많이 탈색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삶을 위한 주제로 이 열가지 주제들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두사람의 철학자를 등장시켜서 각 주제에 대한 조금더 철학적이고 깊이있는, 한편으로는 관점이 다른 두가지 생각을 읽는 이가 경험하게 합니다. 단순한 철학적인 사상이 아닌 우리가 좋은 삶을 배우고 실천하기 위해서 각 주제에 대한 철학하는 방식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각 주제의 철학자 소개에 이어지는 '정답없는 질문'과 '철학 도구들'은 우리가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서 벗어나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생각하고,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거나 시를 낭독하고 쓰기, 글을 읽고 말하기, 영화나 영상자료를 보고 생각하기, 그리고 실제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몸으로 철학하기를 위한 안내로 가득히 채워져 있습니다. 바로 철학이 우리 삶에 찾아들어오게 만들어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 익숙하고 독서라는 것이 함께 하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면이 강하기에 저자가 제시하는 생각하기나 철학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처음에는 분명 쉬워보이지가 않습니다. 더더구나 모임을 통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모임을 이루기 위한 요령까지 안내되어 있고, 저자가 처음부터 서로 나누는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말한 것까지 고려한다면, 이 책을 통해서 안내하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여행을 위해서는 여느 책처럼 한번 들고 몇시간 또는 며칠에 걸쳐 읽어내고 책꽂이에 장식해 둘 책은 분명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더디더라도 주제 한가지라도 세심하게 읽고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과 철학의 도구들-저자가 제시하는 자료들이 우리가 모두 구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을 몇 가지 만이라도 차분히 활용한다면, 그리고 주위사람들과 이 주제와 도구들을 공유할 수 있다면 분명 저자가 말하는 좋은 삶, 무엇인가 바로 와 닿는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어느 순간 대단히 중요한 것을 얻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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