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 누구나 한번은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 핵심 여행지, 개정증보판
이두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이라는 제목과 '누구나 한번은 꼭 가봐야 할.....'이라는 부제가 평소라면 여행서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휴가철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그럼 어디 한번.....'이라는 심보로 이 책을 드는 내게 무언의 압박 같은 것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말을 천성적으로 받들고(?) 사는 나로서는 사람들이 말하는 여러 여행지들에 대한 멋스러운 감흥이나 찬탄들이 매번 '그저 그런데....'라는 평범함으로 끝난 적이 여러 번인데, 그 이유를 곰곰히 따져볼라치면, 여행에 필요한 약간 고조된 감성지수의 부족, 작은 것도 크게 부풀릴 줄 아는 허풍 능력의 결여,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이해를 위한 사전 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부족 등등... 여러가지 단점들과 더불어 일상을 떨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의 결여가 문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여행지 33곳을 바다와 산과 강과 꽃이라는 네 가지의 주제아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곳당 6-8페이지의 분량으로 멋지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사진들과 마음이 담긴 글, 그리고 간단하게 주변 볼거리, 맛집, 숙박에 대한 정보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이 책을 소개서 삼아 나설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너무 간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다시 곰곰히 따져 보면 저자가 이만큼의 소개를 하려고 발품을 팔았다면 조금 과장한다면 적어도 한 곳당 십여번은 길을 따라가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소개하는 여행지의 멋과 정을 맛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내 너무 간단하다는 어이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웁니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느낌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스스로 느끼고 그 안에서 멋과 맛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이곳에서 이런 맛과 멋을 보았소'라고 소개해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 준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저자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한다고 할 만큼 자신있게 소개해 주는 여행지들을 내 발로 찾아가서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으로 느끼고, 그 안에서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추억과 느낌을 만들어 낸다면, 그때서야 저자가 말하는 한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나같은 사람이 일년에 두번쯤 여행을 나선다고 해도 저자가 소개한 곳을 모두 갈려면 십오년이고 1년에 한곳씩이라면 30여년이니, 정말 죽기전에야 다 가볼수 있을만큼 많은 곳이라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물론 저자는 그런 의미로 제목을 붙이진 않았겠지만.....^^  저자는 자신이 소개한 여행지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보고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알 수 있기를 바랐겠지만, 아마도 33곳 모두를 자신처럼 훑고 다니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자신이 소개하는 여행지를 보러 다니는 것 보다는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통해 소개받은 한두곳의 여행지를 통해서 독자 자신만의 멋과 향을 느끼고 배워서, 저자가 소개하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가 아닌 독자 스스로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들을 하나, 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더 바라지 않을까 하는 조금 엉뚱하기는 하지만, 나름 진지한 결론을 내려봅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신만의 멋진 곳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닥 멋진 곳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삶의 기억과 추억들이 얽힌 곳이라면 그곳은 그 누구의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낯선 여행지를 그냥 한번 훑고서 판단하는 것은 여행의 의미를 만들지 못하는 초보자의 눈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 담긴 것들의 낯섦이 사그라들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이해될 때까지 머물기도 하고 다시 찾아보기도 하는 여유로움 속에 아마도 모든 사람이 원하는 멋진 여행지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은 바로 그런 자세로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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