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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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이라고 하면,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대단한 것에 대해 언급하고 대단히 현학적인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대단한 행동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습니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평범한 이들의 마음속에는 이와 비슷한 감정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교육감 선거를 통해서 진보적인(?) 분들이 여럿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논란이 된 '학생인권'이라는 것도 뭔가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 같고, 또한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단한 행동을 해야 하고 특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나이가 어느정도 든 세대에게는 권리를 찾는 것, 또는 누군가의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은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독재권력에 맞서 피를 흘리던 시절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그러한 기억이 결국 인권이라는 말에 그러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과 부담을 덧씌워 놓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담스러움을 말하는 것이 여러 부류의 사회적인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의 가치를 폄하하는 생각에서의 표현은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니 권리, 자유를 언급할 때, 우리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 담겨 있는 인권이란 뭔가 대단한 것이라는, 그리고 뭔가 대단한 변화를 가져와서 불안함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쉽게 용납하고 인정할 수도 있는 사실에 대해서 다수자 또는 권력을 지닌 편에서 너무 경직되고 완고한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기득권이 더 중요한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식의 심리적 장벽이 인권의 문제를 다룰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자가 그런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서였는지, 이 책에서는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엄숙하고 딱딱한 법이나 철학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우리가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다가설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권의 정신을 예수님이 말씀하신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으로,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가 말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출발점이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는 것이고 상대편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라는 말은 어렵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인권에 대해서 우리가 훨씬 부드럽게 다가 설수 있는 것, 내가 하는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도 있는 것, 그리고 매일 매일의 내 생활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제도적인 틀이 중요하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자세와 태도와 관계된 문제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내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장애인들이 선진국처럼 차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고, 노동자들이나 사회적 빈곤층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온전히 주장하고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대단한 변화를 의미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은 사회 구성원 각각이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아주 단순하지만 성숙하고 고귀하기도 한 삶의 자세를 익히고 실천하는 데 있다는 말은 결국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 각각의 성숙한 삶의 태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더 비약하자면 사회 각 구성원의 삶의 성숙도가 곧 한 사회나 국가의 인권지수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청소년 인권, 성소수자 인권, 여성과 폭력, 장애인 인권, 노동자의 차별과 단결,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검열과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의 문제, 제노싸이드의 9가지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모두가 한두번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논쟁거리가 되었거나 매스컴의 많은 관심을 끌었던 사안들이기도 한 이 주제들은 한편으로는 세상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서, 교육받은 환경이나 자란 환경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성수자 인권과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무척 완고한 편이고, 나머지 주제에 대해서도 저자가 말하는 정도까지의 권리의 허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는 문제들도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의견의 대립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두가지 정신외에 서로 대립할 때는 '약자의 입장에서 우선'이라는 성숙함을 요구합니다. 다수자나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불편함이나 거부감으로 끝나는 문제들이 소수자나 약자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이르게 하는 심각함을 지닌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일리가 있는 의견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인권에 대한 문제들은 포괄적인 삶의 자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나 자신의 성숙함 또는 건강함에 대한 질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느끼지 못했던 내가 처한 자리에서의 무감각하고 개념없음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게도 만듭니다. 저자가 말한대로 내 주위에 없기 -없다고 믿기- 때문에 쉽게 이해되지 않는 성적소수자들, 아주 자랑스럽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군말않고 남자답게(?) 다녀온 군대에 대한 기억으로 인한 것일 양심적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상당히 완고한 생각은 분명 역지사지하는 자세,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님이 분명합니다. 저자의 의견처럼 이런 문제들이 매스컴을 통한 이슈가 아닌 내 이웃이나 동료, 가족의 문제였다면 훨씬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취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수 있었을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권에 대한 여러 문제들은 여전히 나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대단한 문제들로 생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내게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르쳐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은, 나의 일상에서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기를 힘쓰는 것,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가지는 것, 그래도 이해가 안되고 무시하고 싶을 때는 약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인권문제가 대단해 보인다면 내 삶속에서 이런 태도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세로 살려고 노력한다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기대하는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우리 공동체에 대한 소망이 훨씬 더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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