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브레인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무의식의 세계
샹커 베단텀 지음, 임종기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숨겨진 뇌'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를 조정하고 있는 다양한 영향력을 가르키는 간단한 용어이다. 어떤 면에서 숨겨진 뇌는 마음의 지름길이나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기억과 주의관심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들과 관련이 있다. 또한 숨겨진 뇌는 사회적 역학이나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우리가  이 힘들의 영향력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신활동을 우리가 인식하는 정신활동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활동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면, '숨겨진 뇌'라는 용어는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 이를테면 무의식, 잠재의식, 암시성(the implicit)와 같은 개념들을 포괄하게 된다. -서문, p14-15 

 태평양을 표류하는 버려진 배 위에서 오갈  데 없던 강아지 한마리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을 내고, 방송사 여기저기서 야단법석을 떨고, 결국은 해군과 해안 경비대까지 출동하여 한 달여간을 온 바다를 뒤지면서 찾아나선 정부와 사람들과 방송이 백만명이 학살된 르완다 사태나 다르푸르(Darfur)에서의 집단 강간 및 살인사건에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게 무관심하고 수수방관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9.11 테러때 같은 회사의 한 층의 직원들을 거의 대부분 생존했는데 그 윗층의 사람들을 대부분 사망했다면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치원생에 불과한 어린 아이들이 단지 피부색깔에 따라 흑인에게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백인을 긍정적인 편향을 나타낸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식적으로는 결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어른들에게서조차도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인종 편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도적으로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인 사회현상이나 구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제로 비만과 자살,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살인이나 테러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이고, 통계적으로는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데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동차 운전보다 비행기를 타는 것에 더 공포심을 가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 우선은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답을 찾아내려고 힘쓸 것입니다. 적어도 인간의 이성과 의식적인 행동결정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각각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 배후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의식적이거나 이성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첫머리에 언급했던 '숨겨진 뇌'라는 개념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결국 의식적인 행동이나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결코 깨닫지 못한 영향력에 의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코 자각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의도와 불일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편향'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행동을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향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면 달리 설명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들은 바로 앞에서 제기했던 여러 문제들과 같은 우리의 일상사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편향에 대한 증명과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들입니다.  

 프로이드가 무의식의 세계를 언급한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는 방식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한부분으로서의 무의식의 존재에 대해서는 흔쾌히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의 행동경제학의 소개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는 휴리스틱도 그러한 무의식적인 세계의 단면을 우리에게 깨닫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숨겨진 뇌'라는 세세한 부분에서는 개념의 차이가 조금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숨겨진 뇌의 기능을 진화의 산물로 이해하는 듯 합니다. 인간이 무수한 세월의 진화의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용이하게 적응하기 위해 주변정보를 적절하게 가공하여 결론에 이르기 위한 마음의 지름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 바로 숨겨진 뇌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향에 의한 여러가지 폐해들을 언급했다고 숨겨진 뇌의 작용을 부정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3장의 전측두엽성 치매 환자의 예를 통해서 숨겨진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의 난감한 상황에 대한 언급을 보면, 숨겨진 뇌가 우리를 매번 실수나 위기로 몰아가는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악당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없기에 우리의 생활 곳곳에 배어있는 숨겨진 뇌에 의한 무의식적인 편향의 폐해가 지대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편향의 지배로 인해 일상사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지적이 이 책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언급한 '숨겨진 뇌'에 대해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자각했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사에서 자아성찰을 통해서 숨겨진 뇌의 영향을 온전히 깨닫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점들에 귀기울여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지적한 숨겨진 뇌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물음에 다다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무의식을 자각하기가 어려움에 대하여, 합리적인 마음이 숨겨진 뇌의 책략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누누히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언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숨겨진 뇌'의 영역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고, 그것의 본질에 대한 더 많은 자료와 연구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아직 우리가 어찌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그럴듯한 답들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숨겨진 뇌가 원시의 삶에서 현재에 이르는 과정까지 인간을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게 만든 것만큼의 시간이 미래로 흘러야만 우리의 의식이 숨겨진 뇌를 훨씬 잘 조절하는 방식을 배우고 우리의 이성이 무의식의 영향력에서 더 많이 벗어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국은 시간과 적응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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