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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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 

 노자의 사상과 <도덕경>에 관심이 있었다면, 아마도 제일 먼저 대하게 되는 구절이 위의 말입니다. 처음이 '도'로 시작되듯이, 노자 사상의 핵심이 '도道'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자가 말하는 '도'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다양한 책만큼이나 많은 관점이 있을 것입니다. 도덕경이나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 깊이있게 대하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노자의 사상과 도교에 대한 이미지가 겹쳐서, '신선'이나 '산신령' 따위의 옛 전설이나 설화속의 이야기가 더 먼저 떠오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결국 '도'라는 개념도 하늘의 뜬구름 잡기식의 허튼 소리나 아무런 소득없는 말장난 또는 말꼬리 잡기 식의 의미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막연함을 없애고, 나름대로 깨달음(?)에 도달해 보고자, 도덕경을 손에 들고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을 읊조리며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여 뜻을 파악해 보려고 해도 몇 구절 못가서 막연함과 모호함의 망망대해에서 이리저리 떠도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는지..... 개인적으로는 지방 박물관에서 했던 백제문화에 대한 강의 중, 부여능산리출토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의 뚜껑에 표현된 산과 사람, 여러 악기와 동물 등에 당시 전래된 도교의 영향이 담겨있다는 말을 듣고서, 백제 문화의 세밀하고 뛰어남에 대한 찬탄과 더불어 노자의 사상에 한껏 관심이 갔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고전으로 대하는 도덕경은 결국 시작은 있었지만 끝을 보지 못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그런 면에서 고전으로서의 <도덕경>을 대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을 일거에 해소해 주는 장점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은 이 책의 내용이 전문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아닌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다른 한편으로는 고전으로서의 도덕경의 해석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현대인의 생활에 노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해석하고 있다는 면에서 노자가 말하는 내용들을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점이 아마도 독자로서는 가장 반가운 면이 아닐까 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우리의 식생활, 건강, 성공, 여성의 아름다움, 연애와 결혼, 화목한 가정 생활 및 현대식 이혼에 대한 주제에 노자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우리가 실생활을 하면서 겪는 문제들에 대한 지혜롭고 조화로운 해결책이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허공에 떠도는 '도'가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되는 '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한 '슬쩍 이런 것이지 않겠는가'라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2부에서 언급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노자의 지혜는 현대인들이 생활하면서 소홀하거나 잃어버리기 쉬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겸손함, 순박한 마음과 귀담아 듣고 침묵을 지키줄 아는 지혜,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에서 벗어나 항상심을 유지하는 것, 선을 추구하고 행함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강의의 '도'의 상징으로 제시된 '바다'의 이미지를 통해서 말하는 인간관계의 경지에 대한 언급 - 낮은 곳에 처함, 함이 없지만 하지 못하는 것 또한 없음, 도와주고 다투지 않음, 다투지 않고 잘 이김, 연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움으로 억센 것을 이김, 스스로 크다하지 않지만 위대함을 이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현묘함을 지님- 은 우리가 성공과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하며 사는 삶의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삶에 덕지덕지 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과 경박함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노자의 사상이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닐 것이고 완벽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스스로 연구하고 하나하나 삶에 적용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노자의 사상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를 비롯한 많은 읽는 이에게 반가움을 주는 이유는 아마도, 문자로 기록되어 대할 수는 있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고 싶어도 노자가 살던 시대와 현대라는 시간만큼이나 깊은 간극을 느꼈던 노자의 사상에 대해서, 우리 일상의 생활과 삶에 비추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사실에 있을 것 같습니다. 더 깊은 이해와 실천을 위한 소중한 한 걸음을 마음 편하게 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큰 즐거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대장부는 그 두터움에 처하지 엷음에 처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처하지 화려함에 처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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