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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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소개된 행동경제학은,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표현되는 기존 경제학이 보여주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비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그 자리에 때로는 실수하고 엉뚱하고 일관성도 없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이지도 또는 이타적이지도 못한 현실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되돌려준 경제학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다르게 말한다면, 경제학의 이론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이론속에서만 살아있는 있는 인간이 아닌, 현실의 삶속에서 경제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의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경제학 관련된 책들은 단순히 전통 경제학의 가정에서 벗어난 인간 행동의 비합리적인 면에 대한 탐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연구로 밝혀진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향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인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 및 반영을 기저에 내포하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도 기존의 행동경제학의 여러 성과에 머물러 똑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 우리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러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함정(?)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행동경제학이 우리의 생활에 한발 더 다가온 느낌을 줍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이 판단할 때 저지르는 일반적인 실수들과 그러한 실수들이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들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실수한다고 할 때, 우리 삶의 영역이 다양한 만큼의 다양한 유형의 실수들이 존재하겠기에,  그러한 모든 일반적인 실수에 대해서 책 한권으로 모두 다룰 수는 없는 일이고, 저자 또한 이 책이 일반적인 실수에 대한 조사 연구서도, 하나의 큰 주제에 대한 설명서도 아닌, 자신이 투자할 때 경험했던 것들과 심리학과 과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유용하다고 느꼈던 것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실수에 대한 일반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실수에 대한 현실적인 경험과 그러한 현실의 실수를 이해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학문적인 배경을 모두 담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각 장에서 다루는 우리가 잘못된 판단에 이르는 것들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인 현실에서 파생되는 것들입니다. 현실에서 객관적인 시각보다는 내부관점에 빠져 긍정적인 착각이난 지나친 낙관에 의지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1장), 기준점 설정이나 확증 편향, 각종 편견 등에 반영되는 터널비전의 함정(2장), 전문가들에 대한 무비판적인 신뢰에 대한 반증과 그러한 신뢰가 적절한 경우(3장), 의사결정에 미치는 상황의 힘(4장), 복잡계를 대할 때 저지르기 쉬운 전체를 부분의 합으로만 보려는 잘못(5장), 특성을 토대로 하는 결정의 취약성과 상황과 맥락에 따르는 것의 현명함(6장), 조직 내부에 있는 보이지 않는 작은 취약성에 의한 커다란 영향(7장), 실력과 운, 평균으로의 회귀, 그리고 후광효과의 영향(8장) 등은 우리가 현실 생활 속에서 매번 부딪히고 씨름하는 것들이기도 한데, 저자는 그러한 실수 유형들에 대한 대처법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들에게는 실수의 유형과 이유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마도 그 뒤에 제시되는 해결책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다른 행동경제학에 관한 글들과 다른 가치를 가진다면, 아마도 저자 스스로도 자랑(?)했듯이, 실수라는 주제에 대한 관념적인 책이 아닌 각각의 실수 유형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소한 결정과정에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위험부담이 충분히 큰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 번 생각하기' 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 생각하기'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서는 '잠재적 실수에 관해 배워야 하고(준비), 그것을 상황 속에서 분별해야 하고(지각), 때가 되었을 때 궁극적인 판단력이 향상되도록(적용)'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준비와 지각과 적용을 위해서 저자가 강조하는 우리가 당장 다르게 해야 하는 -또는 실제 생활에 적용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식을 일깨우자 / 2.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자 / 3. 실력과 운의 역할에 관해 깨닫자 /  4. 피드백을 구하자 / 5.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 6. 사전분석을 실시하자 / 7. 자신이 알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자  

 '마음을 준비하고 맥락을 파악하며 올바른 기술을 사용하자. 그리고 연습하자.' 좀더 똑똑해진 나 자신과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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