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남자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부르리라 하니라" -창세기 2:20b~23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 시몬 드 보부와르, <제2의 성>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남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담이 자신의 늑골을 빼서 이브를 만들었다는 건 완전히 지어낸 말이며, 사실은 이브들이 훗날 아담을 만든 것이다. 자신들을 위해 - p153

 처음 창세기의 언급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속에 진실로 각인된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한 고전적인 생각일 것이고, 두번째의 시몬 드 보부와르의 글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차별당하는 존재였던 여성의 처지에 대한 자각 및 각성을 촉구하는데서 비롯된 아직도 여전히 남녀관계에 대한 하나의 틀로 받아들여지고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남성 중심주의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제3의 길을 주장하고 있으니, 바로 세번째 글에 나타난 인간의 근원은 여자이고 그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남성이니, 결코 남성들을 우월한 존재나 근본적인 존재로 취급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내용들의 시작은 과학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하는데, 안톤 판 레이우엔 훅(Anton van Leeuwenhoek)의 현미경의 발명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성은 생명의 기본 사양인 여성을 변환시켜 만들어진 존재이다',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 전해주는 운반자, 지금 모든 남성들이 하는 일이 이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가지 주장의 근거에 이르기 위해 저자는 현미경으로 처음 정자를 관찰할 수 있었던 레이우엔 훅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로지 정자의 외양만을 관찰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시작하여, Y염색체를 발견한 네티 마리아 스티븐슨의 집념, Y염색체상의 남성화 결정 유전자의 발견을 위한 페이지 (ZFY 유전자 발견)와 굿펠로 (SRY 유전자 발견)간의 숨막히는 경쟁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해 탄탄한 기초를 깔아놓은 뒤에,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수정란에서 시작되는 발생과정을 통해 생명의 기존사양이 여자인 이유와 남자들을 모자라다고 표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몸은 모든 것이 갖춰져 있고 남성의 몸을 그것을 취합,선택 또는 변조한 것에 불과하다. 기본사양으로 구비되어 있던 뮐러관과 울프관. 남성은 뮐러관을 일부러 죽이고 울프관을 속성으로 성장시켜 생식기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잔재주를 부렸다. 이리하여 소변을 위한 길이 정액의 통로를 차용하게 되었다. 또한 정자를 자궁으로 쏘아 올리기 우한 발사대가 방뇨를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게 되었다. 여성은 절대로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뮐러관은 그대로 자라 생식기가 된다. 여성은 뭔가를 죽이거나 하지 않는다..... 아담이 이브를 만든 게 아니다. 이브가 아담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수컷)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위의 두번째 주장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진딧물을 예로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암컷만으로도 자손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처녀생식 시스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수컷에 의한 양성생식이 필요한 것은 처녀생식의 문제점, 즉 자신의 유전자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식밖에 생산해 낼 수 없다는 단점 때문입니다. 처녀 생식이 다른 존재의 도움없이 수시로 자식을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단일한 유전자를 가진 집단밖에 만들어내지 못함으로 인해 급격한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이 시스템은 전멸의 위기에 노출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생명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남성(수컷)이라는 존재의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남성은 여성이라는 굵고 강한 날실을 연결해 주는 가는 씨실의 역할을 하는 존재,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 전해주는 운반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징기스칸의 Y염색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다른 누군가의 딸에게로 운반하여 혼합하는 일이 Y 염색체의 유일한 유업임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이 그리도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역할에 그리도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저자의 또 다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남성은 기본사양인 여성의 불완전한 변조물이며 유전자의 운반자에 불과한데, 그럼에도 그러한 운반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하며 여성을 섬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물학자들은 생식행위와 연관된 쾌락을 언급하고 뇌과학자들은 쾌락 중추와 생식행위의 연관성으로 그에 대한 답을 대신하지만, 이 지점에서 저자는 왜 쾌락이 생식행위와 연관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과학이 답을 시도하는 '어떻게(HOW)'의 영역을 넘어서 '왜(WHY)'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겠지만, 저자는 이 지점에서 과감히 자신의 생각을 펼쳐냅니다. 물고기가 물속에 있으면서 자신이 잠겨있는 매개체인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사람도 시간이라는 매개체에 온전히 잠겨 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매개체를 깨닫기 위해서는 매개체와의 등속운동에 벗어날 수 있는 가속도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에게는 가속도를 느낄 수 있는 가속각이라는 여섯번째 감각이 분명이 존재하고, 가속각을 느낄 때 최고의 쾌감을 느낀다는 것, 사람이 순항하는 시간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가속도가 필요하고, 가속되었을 때 시간의 존재를 깨닫는데, 그것은 최상의 쾌감이며 그것이 가장 직접적으로 삶을 실감하는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바로 생존의 연쇄를 위해 유전자의 전달자로서 택함받은 모자란 남성이 자신의 책무에 충실하며 살도록 부여받은 것이 바로 가속각과 연결된 사정감이라는 것.....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결코 과학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삶과 생명체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 속에 깊은 숙고의 시간이 어우러진 생각들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P.S.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동차 등의 기계류나 전자제품  등의 경우에는 기본사양에 여러가지 기능을 추가한 제품들을 더 고급스럽고 최신 제품이라고 여기고 더 많은 돈을 지급하여 구입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든다면, 저자가 말한 남자는 여자라는 기본사양의 급조된 변조품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남자가 불량품이 아니라면 진화된 더 최신 사양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바, 최소한 더 나은 사양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모자라다고 까지 자학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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