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60분 부모 : 성장 발달 편
EBS 60분 부모 제작팀 지음. 김수연 책임감수 / 지식채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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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처음이기에 어떻게 준비된 것도 아니었을 것이고, 준비를 했다손치더라도 초보 부모로서 제대로 준비되었을 수도 없었던 순간이지만, 많은 부모들이 그리했듯이, 두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제 모양과 갯수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도, 온전한 모습으로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반갑고 기쁘고 또한 감사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리 어린 녀석을 어찌 키워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지내고 나면,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태어난 아이 안에 무럭무럭 자랄만한 능력이 이미 조물주에 의해 가득 채워져있고, 부모는 다만 아이가 자라는 것을 곁에서 정성으로 도와주는 것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는 아이를 곁에서 도와주는 것이라는 사실..... 이러한 평범한 사실을 아이가 자라면서, 그리고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많은 시간 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이 책을 대하며 다시금 문득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농부가 농사를 짓는 일과 비교할 수도 있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씨를 뿌린 농부가 싹이 트는 것을 정성껏 보살피며 기다릴 수는 있지만 억지로 싹을 틔우지는 못하는 법이고, 싹이 자라고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 넘어지지 않고 병들지 않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울수는 있지만 열매 의 모양이나 맛까지 만들어 낼 수는 또한 없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때로 바람이 불고, 비가 세차게 내려 물이 넘치면 농부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피해를 줄이도록 이리저리 방편을 강구하겠지만 그러한 시련은 자라는 곡식이나 나무들이 온전히 겪어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론 비료를 사용해서 빨리 튼튼하게 자라도록 돌보기도 하겠지만 너무 과하면 분명 낭패를 당할 것이고, 때를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된 추수를 하지 못하고 1년 농사를 그르치기 십상입니다. 그러한 농부의 1년 수고가 부모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면 아이가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기뻐할 수 있었던 순박한 마음은 이내 세차게 흔들리고 맙니다. 순박하던 농부가 비닐하우스를 세우고 바람을 막고, 불을 지피며 순리를 거스르기 시작하여 이득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조급함과 남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기꺼이 아이를 비닐하우스에 가두기를 마다하지 않고, 조금더 심해지면 나무로 분재를 만들어 내듯이 아이를 이리 저리 만져가며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보려는 욕심을 마다하지 않는 듯 합니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기도 전에 자신의 미래를 부모가 원하는 목표에 맞추어 달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과 남모르게 경쟁하는 선수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시각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를 비롯한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열심으로 한다는 많은 부모들의 모습뒤에 숨겨진 이러한 극단의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아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포근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이것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그리고 주장하는 내용이 각기 다른 여러 육아서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이와 자신에게 열려있는 마음과 올바른 육아와 교육관이 그 다음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에게 더 많은 지식과 기회를 만들어 주기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아이만을 자라게 몰아세우는 그런 부모가 아니라, 더디게 보일 수는 있겠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서서 아이와 함께 자라는 그런 부모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자란만큼은 아니더라도 아이 앞에서 내 마음과 지식과 영혼이 적절하게 성장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나는 아이에게 그다지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는 반성문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아이 품에 안겨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부모의 욕심이나 분별없음에서 비롯되었다면 말입니다. 이 책에는 바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 줄 것인가에 대한,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실들이 담겨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서 시작하여 각각의 성장발달 단계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들과 아이의 교육과 건강을 챙기기 위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 헤맸던 부모들의 경험담과 전문가들의 해결책이 함께 어우러져 유용하고 깊이있는 육아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각각의 실제 생활에서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육아에 대한 기본적이고 건전한 틀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부모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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