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주창하는 고전 경제학에 대해서, 인간의 합리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현실적인 모습을 증명해내기 시작한 행동경제학이 아직까지는 경제학의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현실속의 인간의 여러 모순된 반응을 더 그럴듯하게 설명하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영역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기존 경제학이 해내지 못한 더 그럴 듯한 해결책들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이미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책을 통해서 기존의 연구성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이제는 이 분야의 책을 대하게 되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행동경제학의 면모를 알려주는 연구결과나 여러 용어들에 대한 설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들을 기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현실속에서 어떻게 활용하여 삶을 더 개선시킬 것인가라는 면에서 기존의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동과학자이며 결정심리학자이자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인간의 비합리성과 비이성성에 대한 주장을 기존의 논문이나 실험결과들에 근거한 이론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현장에서 치료한 비만이나 중독 환자들의 치료 경험과 연관시켜서 설명함으로써, 먼저는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그리고 비만환자들에 대한 여러 행동경제학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행동경제학이 기존의 경제학이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훌륭하게 제시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에서 시작된 고전경제학의 자유시장이론이 엄청난 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가 인류에게 풍부함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면 시장의 기적을 가져온 무한한 자유에는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나쁜 결정을 내리고 고집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저자는, 비만의 경우 자유시장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로 가득하겠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에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만큼 이성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1부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모습을 밝힌 행동경제학의 역사, 즉 커너먼과 트버스키에서 시작되고, 리처드 탈러에 의해서 경제학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으며, 실험실의 설문지나 교묘한 실험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시장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비이성적 행동을  실례로 보여준 이베이의 낙찰방식 등의 현실적인 증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또한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연금저축이나 장기기증과 같은 문제에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적용하여 우아하게 해결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이 우리 눈앞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한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3부에서는 비만과 연관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즉 이성적이지 못한 식욕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인간의 비이성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만이나 흡연등의 중독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이유들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존의 행동경제학이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뛰어넘는 세금정책이나 금전적인 유도, 식당의 규제, 자유의 제한 및 자제력의 교육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물론 부드러운 유도 이상의 적극적인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를 희생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 더 효과적인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평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제한을 가하고, 적극적인 간섭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비만이나 중독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이 각 개인의 이성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이성적인 욕구와 환경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랜스 지방을 금지하거나 식품 내용물에 대한 표기를 강화하는 등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넘어선 '적극적인 간섭', 즉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등의 세금정책, 독극물용기에 경고를 위해 해골표시를 하듯이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용기에 반감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표시하게 하는 정책,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기 위한 연구 및 문화적 환경의 조성, 그리고 학교에서의 자제력의 교육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제대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또한 담배를 끊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며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간은 투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를 초래한 자유시장 정책을 장려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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