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구약성서 하룻밤 시리즈
이쿠타 사토시 지음, 오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크리스챤 -물론 이 책이 말하는 구약성서는 유대교와 이슬람교, 카톨릭과 기독교의 경전입니다-에게 성경을 읽고 묵상한다는 것은 자랑이라기보다는 기도와 예배, 찬송 등과 함께 신앙생활의 기본중의 하나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가 아니라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한번 읽는다는 것은 부분적으로 읽고 묵상한다거나 단순히 한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구약을 예로 든다면 39권 -기독교의 경우-으로 이루어져 이것들을 율법서, 역사서, 대선지서, 소선지서, 시편 등 몇그룹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읽다보면 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은 수월하게 읽히지만, 각 지파를 열거하는 부분이나 성막이나 성전에 대한 지루(?)한 -물론 그 뜻을 풀어나간다면 많은 신앙적인 깊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설명이나 건축양식에 대한 소개 부분은 분명 많은 신자들의 성경읽기를 방해하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성경이 연대기적으로 기술되거나 반복되는 부분이 없이 체계적 기술된 것이 아니기에 실제로 열왕기나 역대기를 읽다보면 여러가지 사실들이 실타래처럼 꼬이기도 하고, 다른 보조 서적의 도움이 없다면 선지서나 시편 등의 이해를 위해 필요한 시대적 상황이나 역사적 배경은 아예 가늠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성경을 한번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신앙인으로서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는 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그러한 신앙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싶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구약성경을 완전히 읽지 못했거나 읽기는 했지만 그 흐름을 꿰뚫지 못한 신자들에게 유용하게 읽힐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글 제목에 '무난한 소개서'라고 표현한 것은 말 그대로 구약의 줄거리를 파악하고 중요한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통해 전체적인 개요을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무난함입니다. 반복되거나 지루하게 열거되는 부분들은 과감히 생략을 했고, 이스라엘이나 유다의 왕들에 대한 부분도 간략하게 정리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하였고, 전체적인 개략은 역사적인 순서와 사건에 입각해서 기술했기에 시편이나 잠언, 기타 선지서의 내용 대부분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구약의 커다란 줄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책내용의 대부분은 구약의 내용을 그대로 알기쉽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소개서' 정도로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종교생활에서 필요한 신앙적인 깊이를 담지 않았다는 점 -물론 이 책의 목적을 벗어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에서의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예를 들면 신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묵상시간이라면 당연히 언급되었을 창세기의 뱀과 여자와 아담에게 벌을 내리는 장면에서 언급되는 '여자의 후손'이나 아담과 하와를 에덴에서 내보낼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는 사실이 품고 있는 신학적인 의미 등은 성경자체가 언급하는 내용이 아닌, 그 안에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기에 그냥 이야기로 서술되는 정도입니다. -물론 이 부분도 각 종교의 차이가 있으니 교리적인 것을 언급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가 아닌 이들이나 타종교인의 입장에서 오로지 구약성경의 내용을 알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읽는다면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경전으로서의 구약이 아닌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천지창조에서 바빌로니아와 페르시아 제국에 이르기까지의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여러 사건들에 촛점을 맞춘 내용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족 하나: 110페이지에서 야곱이 라헬을 부인으로 얻는 과정에 대한 부분에서 책에 소개된 대로라면 7년동안 삼촌 라반에게 봉사하고 레아를 부인으로 얻게 되고, 다시 7년을 더 일한 다음에야 라헬을 부인으로 얻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아니라면 번역의 잘못(?)- 실제 성경대로라면 7년간 봉사한 뒤에 레아를 얻고, 7일동안 초례를 치룬 뒤에 다시 라헬을 아내로 받아들이고, 그 댓가로 다시 7년간 삼촌 라반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족 둘: 이 책을 제목처럼 정말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까? 물론 답은 '아닙니다'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속독에 능한 사람이라면 날새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개략을 어렵지 않게 파악하며 읽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하룻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족 셋: 성경 개역한글판에 익숙해져 있는 입장에서 책에 언급되는 몇몇 인명(이삭을 이사악, 에서를 에사오 등)과 지명(벧엘을 베델 등) 그리고 사사기를 판관기 등으로 언급하는 부분은 상당한 혼돈과 낯섬을 안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가 공동번역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니 나름의 기준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신교의 대부분이 개역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혼란을 예상하고, 손이 좀 가더라도 그런 부분은 편집의 묘를 사용해서 해결했다면 나같은 이들에게는 훨씬 편안한 책읽는 시간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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