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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ㅣ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집에 화장실이 막히면..... 배관공을 부릅니다. 이번에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전등을 갈아보고 안되면 전기 수리업자를 불러야지요. 현관문 자물쇠가 고장이네요..... 그러면 열쇠업자를 불러야 겠네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럴수록 자립능력은 떨어지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대라는 사회의 틀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입니다. 한데 거기에 대고 "집 지어 봤니? 아님, 고쳐는 봤어?"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스럽게 쳐다보겠지요. 한데 이 책이 그리 말하네요. "집 한번 지어 보실래요. 많이 어렵지는 않아요." "집에 문제가 생기면 한번 고쳐 보세요. 옛날에는 다 그렇게 하고 살았잖아요."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집안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기곤 하면 직접 연장을 들고 뚝딱거리고 하였던 기억입니다. 요즘처럼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형식이 아니라 대부분 단독 주택에서 마당 가진 자기 집에서 살던 시절이었기에 그런 활동이 더 자연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집안일의 대부분을 누구를 부른다기 보다는 스스로 똑딱이며 해결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똑딱이며 살던 시절에 대한 본능을 일깨우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원시적이기까지 하던 동굴과 오두막, 천막이라는 주거지 형태의 소개에서 시작하여 여러지역의 주거지 형태의 발달과정을 살핀 뒤에 작은 집 짓기에 들어갑니다. 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뼈대를 얶고, 지붕을 얹고 문을 달고 창은 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또한 다양한 형태의 건물을 짓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연장들에 대한 소개도 있고, 건축에 사용되는 여러 재료들을 자연에서 얻고 만들고 다듬어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한 집짓기를 가르쳐주는 책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집짓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굴이나 천막 등의 주거의 초기형태에서부터 시작하여 자동차집이나 트럭집, 캠핑카나 배집, 나무집 등의 다양한 주거형태에 대한 관찰 및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이 머물고 생활하는 주거지에 대한 의미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자립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리브레 공동체나 아난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부분은 집이라는 단순한 건축양식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라는 의미로서의 주거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 시공업자를 불러! 자동차 수리공을 불러! 농부를 불러! 배관공을 불러! 전기기사를 불러! 그럴 게 아니라 직접 하시라, 게으름뱅이들이여! 하면 된다!"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리브레 공동체가 말하는 이와같은 비판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자는 아마도 우리의 부모세대가 자신의 주거지의 관리를 다른사람에게 무심하게 의지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직접 몸을 움직이고 손을 움직인다면 직접 집을 짓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삶에는 기쁨과 자유와 해방감이 넘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