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 - 푸앵카레상을 향한 100년의 도전과 기이한 천재 수학자 이야기
조지 G. 슈피로 지음, 전대호 옮김, 김인강 감수 / 도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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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앵카레의 추측, 웬만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푸앵카레의 추측이 클레이 연구소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내건 밀레니엄 문제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 푸앵카레의 추측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할지라도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100여년간 해결되지 않은 채 많은 천재적인 수학자들에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열정을 품게 했지만, 이러저런 상처만을 남기고, 결국 푸앵카레 병이라는 쓰라린 질병만을 남겼던 '푸앵카레 추측'이 천재적인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이한 인물인 페렐만에 의해서 풀리고, 그의 증명이 완벽한가를 재증명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수학 100년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따로 떼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한편의 장대한 드라마로 읽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수많은 수학자들의 열정과 수고와 좌절, 그리고 극적이랄 수 있는 문제의 해결이라는 마침표까지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마침표에는 페렐만이라는 한 천재적인 수학자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의 업적에 당연히 따라 붙을 명예와 부에 대해 초연한 모습이 덧붙여지고, 그의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에 대한 신선한 반역까지 담고 있습니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1904년 출판된 위치의 분석에 대한 다섯 번째 보충 논문의 마지막 단락에 쓰여있던 "어떤 다양체의 기본군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체가 구면과 위상동형이 아닐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나 이 질문은 우리를 너무 멀게 헤매게 할 것이다."라는 푸앵카레의 말처럼 지난 100년간을 많은 수학자들에게 푸앙카레 병이라는 희귀한 질병을 앓게 만들며, 많은 이들에게 담대한 도전과 쓰라린 실패를 안깁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중의 일부는 부분적인 성공을 그리고 페렐만이 등장하기 전까지 또 그 중의 일부는 증명에 이르기 위한 토대를 훌륭하게 다듬어 내고, 2002년에 페렐만에 의해 그 먼길이 끝나고, 2006년 스페인의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푸앵카레의 추측은 페렐만에 의해 풀린 것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은 푸앵카레의 등장에서부터 여러 수학자들이 도전에 실패하기도 하지만, 이 난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며 난관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페렐만이 앞서간 이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완벽한 증명에 이르는 과정과 그 이후 페렐만의 논문들이 검증받고 인정받기까지의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러사람들의 도전과 실패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도전하고 풀어나가던 수학적인 내용들과 그러한 내용의 의미들까지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역사에 대한 기록과 다른 면이라고 할 수 있겠고, 또한 이 책을 독특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그러한 수학적인 내용들을 독자가 완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결코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도록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다양체의 기본군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다양체가 구면과 위상동형이 아닐 수 있을까?" 푸앙카레가 자신의 논문에서 물었던 이 내용은 저자가 현대적인 추측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거기에 있는 모든  고무 밴드들이 한 점으로 축소될 수 있는 그런 3차원 물체들은 구면으로 변형될 수 있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학자가 아니라면 이 내용의 참과 거짓을 떠나 여기 씌여진 용어들에 대한 개념부터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것은 더더욱 아리송해집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러한 아리송함이 해결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 어렵다거나 혼란스럽다기 보다는 뭔가의 매혹적인 유혹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많은 수학자들이 앓았던 푸앵카레 병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학이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라는 깨달음 뒤에 따르는 이 학문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수학병에 전염된 때문일 듯 합니다.  조금만 관심이 있고 인내가 따른다면 많은 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던 것과는 다른 수학에 자체에 대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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