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유혹 - 가장 과학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욕망
데이비드 슬론 윌슨 지음, 김영희 외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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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세상의 기원에 대해서 말하라고 한다면, 이제는 일반인들도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는 빅뱅이론에 입각한 설명을 하거나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종교적인 측면에서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 말한다면 아마도 창조론자들과 진화론자들의 첨예한 대립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학의 입장에서는 빅뱅과 진화론에 힘을 실어주겠지만, 분명 종교적인 입장에 선 사람들은 신에 의해 창조된 세상과 생명에 대한 신념을 포기할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창조의 틀안에서 진화론을 수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고, 창조론과 진화론을 서로 다른 영역에 국한시켜 서로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두 신념 모두를 편리하게 사용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진화론과 창조론, 과학과 종교의 냉랭한 대립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윈 이후에 등장한 진화론은 분명 사람들에게 눈앞에 존재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알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지금의 특징을 지니게 된 이유들, 여러 자연재해를 비롯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 이유들에 대해서 보다 실제적인 대답을 해 주었고, 그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고유한 특성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도 제공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에 취해, 어느 순간부터인가 진화론이라는 도식속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는 자만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진화론이 가지는 장점이 경직된 이론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부족한 면들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는 기존의 생명탄생 과정에서 현재의 인간에 이르기까지 단선적으로 그 틀을 완성하여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 욕심이 결국은 수많은 연결부분이 아직까지 화석이나 다른 어떤 증거로 증명되지 못한, 빠진 고리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진화하지 못하고 살아남아 있는 원시생물들의 존재에 대한 힐난도 있습니다. 또한 지적설계론을 내세운 종교의 반격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이 세상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보편적인 원리라기 보다는 단순히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하나의 뛰어난 이론적인 가설에 불가할 뿐인 것일까요...... 아마도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의 실체를 이해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닌 원리로서 진화론의 매력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존재의 의미나 특징을,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신에 의지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종교적인 입장도 아니고, 눈앞의 실체를 부분으로 분해하여 설명한 뒤 그 모든 것의 합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적인 관점도 아닌, 그 존재가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고유한 특징을 부여받아서 선택받고 살아남았다는 제3의 사고방식을 열어주었다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한 자연선택의 관점을 단순히 생물의 진화에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구조, 종교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즉 기존의 진화론자들의 단순히 생명체에 국한된 진화론의 적용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진화론이 생물학에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부분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보편적으로 적용하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부분이 저자가 말하는 진화론이 지닌 깊은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화론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이론일 뿐이거나, 과학자들만이 그들의 실험실 안에서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 머리를 싸매고 이해하려고 하는 과학이론일 뿐이거나, 종교와 신을 내몰고 유물론적인 사상을 세상에 뿌리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매력적인 사고 방식으로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책의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진화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시작되어 지금의 과학 교과서나 잡지에 실린 생물학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진화론이 사람과 생명체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간단명료한 설명을 들려줄 수 있는, 또한 생물학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정치학, 종교와 기타 인문학적인 사고들을 통합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목과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 매력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 방식은 열심이 연구하고 책을 읽고 실험실에서 날을 새워야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하여 살피고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세상을 이해하는 매력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진화론..... 마음을 열고 저자의 주장에 귀기울여 볼만한 유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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