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찾다가 '너무 지루하다' 며 이 책에 별점 두개를 준 분의 글이 눈에 띄였습니다. '너무 지루하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평가입니다. 단 한가지 단서를 먼저 달아준다면 말입니다.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보다는 좀더 실용적인 내용들을 더 좋아하는 성향인 연유로 마지막의 결말을 기대하며 차분히 읽어나가기 보다는 읽으면서 무언가 내용에 서로 연결되는 실마리가 있는 책들에 익숙해진 이유가 크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1권을 마치고 2권 중간정도까지 읽으면서는, 도대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고, 주인공을 따라 암호를 푸는 듯이 또는 목적없이 좌충우돌하며 실타래가 꼬이듯이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그냥 덮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의식의 표면에 새기곤 하였습니다. 분명 앞에 언급한 분의 평가처럼 '지루해서였겠지요.....'  작가의 다양하고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과 지명,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분명 전체적인 윤곽이 그려지고 이해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대목까지 이 책은 분명 상당히 따분하고 지루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내용을 다시금 음미할 수 있는 지금, 이 책을 '너무 지루했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다른 면모가 이 속에 숨겨져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대부인 단첼로트 대부가 죽고나서, 자신과 단첼로트 대부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킨 글을 가지고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으로 떠나는 과정과 부흐하임에서 그 글로 인해서 위험인물로 찍히고 결국은 지하묘지로까지 추방되는 과정과 지하에서 겪는 여러가지 모험과 위험과 고통 등은 결국 주인공이 그림자 제왕 (호문콜로스)를 만나 그 글의 작가에게 발생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부흐하임의 권력분포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기까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와 같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의 연속일 뿐이지만, 그 이후로는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오름'을 느끼게 만드는 숨가쁘게 진행되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금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라면 처음부터 펼쳐지는 작가의 상상의 세계에 푹빠질 수도 있겠고, 좀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것을 추구하는 독자라면 내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못마땅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장까지 읽어낼 만한 여유와 인내만 가지고 있다면 작가가 선사하는 반전과 희열 속에서 '오름'의 한줄기 빛을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루해서 마지막까지 읽지 못한다면.....'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한가지 단서입니다.

 작가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책들이 도시인 지상의 부흐하임, 그리고 도시의 밑에 지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야기보다 더 깊고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지하묘지, 그 지하묘지를 휘젓고 다니는 책사냥꾼들, 그림자 제왕과 갖가지 괴물들과 생물체들, 한 작가의 책을 평생 읽고 외워내는 외눈박이 부흐링 족, 살아있는 책이나 거인족, 그리고 지하세계의 여러 기묘한 장소나 장치들은 책을 다읽고 나서, 다시금 음미하게 되는 지금에야 더 깊은 맛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낯설고 기묘했던 것들과 존재들이 책장을 덮고 난 지금 이리 더 친숙하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책읽는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것은 '오름'에 대한 것일 듯 합니다. 저자가 이 책속에서 말하는 '오름'이란 것이 책을 쓰는 이들이나 그 책을 읽는 이들이나 책을 통해서 찾고자 또는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이 될 테니 말입니다. '당신에게 '오름'을 선사한 책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이해하고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또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도 '오름'을 선사해 주는 책을 찾아 나선 많은 책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읽기 속에 담긴 선명한 판타지를 하나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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