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재미 - 수와 도형, 논리의 놀이터
박종하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60명의 사람이 모인 방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다? 없다?' 내기를 한다면 어느 쪽에 걸겠는가?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 자신도 그랬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시도해 본 결과 모두가 '없다'는 쪽에 내기를 걸었습니다. 실제로 60명이 모이면 그중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99%라고 하니, 저는 순진한 척하며 모두가 외면한 승률 99%에 걸며 게임판을 벌였습니다. 진실을 알기에 조금 쑥쓰럽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긴 것은 나였고, 몇개의 공짜 아이스크림을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수 있는 기회을 얻었고, 다음에는 사람의 숫자를 50명으로 줄이고 다시 한번 내기를 하자고 부아(?)를 질러놓았습니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내일이면 동료들 중 누군가가 나서서 승률 3% 쪽에 용감하게 아이스크림을 걸고 달려들것 같습니다. 승률이 97%정도로 줄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흉함을 감추고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서 다시 공짜 아이스크림을 먹어볼 요량입니다. 며칠 뒤에는 40명으로 줄여서 한번 더 내기를 해볼거구요. 참고로 그때의 승률은 89%나 된다고 합니다. (참! 우리가 이용한 사람들의 생일은 불법적인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

 저자가 재미있으라고 쓴 내용을 이리 잔머리를 굴려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데 사용한 것이 조금 쑥쓰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초등학생인 내 아이들 생각이 납니다. 수학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의 공부에 기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결코 소홀하게 취급하지 못하는 사칙연산을 지겹도록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수학에 질릴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시기를 지나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로서의 수학에 얽매여 살겠지요. 나자신도 수학이 지겨울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디까지나 수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한 것은 시험을 위한 것이었지 현실적인 재미를 느끼며 공부를 했던적은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재미를 느꼈다면 아마도 시험점수가 잘 나온 것에 대한 반응이지 않았을는지..... 하지만 아이들이 내가 오늘 직장의 동료들과 내기를 하였던 것과 같은 재미를 수학을 통해서 한번 두번 체험하게 된다면 분명 이 학문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 수학을 공부하며 지루해 하던 아이들 생각이 더 나게 되는 듯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내 아이들과 내용을 나누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재미있게 다루어 볼 수 있는 몇몇 부분은 당장에 아이들과 둘러앉아 나누어볼 생각입니다. 

  '수학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저자들은 재미있을 수 있는, 아니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단지 우리의 교육이 진짜로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보다는 많은 내용을 그냥 체계적으로 주입시키다보니 재미없고 지겨운 학문, 학창시절이 지나면 돌아보기도 싫은 과목이 되어버렸지만, 실제로 우리의 도전의식과 상상력과 논리력 등을 자극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부 방식이라면, 분명 다른 무엇보다 더 재미있는 학문이 될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넋을 놓고 밥먹는 시간이나 텔리비젼 보는 시간, 게임하는 시간도 제쳐놓고 수학문제 풀이에 골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로 아이들에게 관심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면 말입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지겨워보이는 학문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깨닫지 못했던 재미있는 수학에 대한 것입니다. 이 학문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타나고,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이 학문에 대한 생생한 속살을 대할 수도 있다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진정한 모습이지 않겠느냐는 조용한 매혹까지, 저자들이 전해주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수와 도형을 이용한 수학 이야기, 생각의 도구로서의 수학, 피보나치 수열속에 숨겨진 마술과 다양한 수의 성질을 응용한 숫자 디자인, 그리고 확률과 명제에 담긴 논리와 직관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 등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딱딱하고 따분하기까지 했던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고, 또한 우리의 생각의 틀을 넓히고 호기심을 왕성하게 자극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수학적인 논리를 따라 가다보면 이해하기가 어렵거나 머리가 멍해지게 만드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지닌 진정한 재미와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수학이 이렇게까지 재미있고 흥미로울 수도 있다~~~~ 나중에 나의 동료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순진한 척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절대로 잃지 않을거라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게임판을 벌였던 나의 본색이 드러나겠지요..... 그때에는 사기를 친거라며 오늘 얻은 아이스크림 전부를 다시 토해내라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을 나와 내 아이들과만 나누어서는 안되겠고..... 미리 이실직고 하는 것도 아깝기 그지없어, 승률 89%의 내기까지만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공개해 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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