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하나뿐인 병원
캐서린 햄린 지음, 이병렬 옮김 / 북스넛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아디스아바바 누 병원 (Addis Ababa Fistula Hospital),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인 병원의 이름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 병원이 멋지게 있었고, 저자 부부가 편안하게 들어가서 봉사한 것은 아닙니다. 저자와 그의 남편은 에티오피아의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 자원봉사를 나선 것이 이 병원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그들이 체하이 공주 기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선진국에서라면 생각하지도 못한, 임신부들이 출산과정에서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발생한 누(fistula)로 인해 비참하게 버려진 어린 신부들이었습니다. 출산에 대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질환에 대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함으로 인해 결국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하는 여인들의 현실은 저자 부부가 지구에서 하나뿐인 병원을 세우고 평생을 헌신하는 열정으로까지 연결됩니다. 들어오는 환자들을 아무 이유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술의 축복을 통해 그 환자들이 무사히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품에 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기뻐하는 의사가 있는 병원.... 바로 저자와 그의 남편이 일군, 이 책이 말하는 지구에 하나뿐이 병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병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병원을 세우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던 저자 부부의 일생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처음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하면서는 때때로 듣게되는 낙후된 나라에 의료봉사를 나선 의사의 이야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였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와 그녀의 남편이 50년간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환자 3만 2천여명을 살려내었다는 소개가 대단하게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의미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 이유가 컷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루하루의 삶의 조각들을 무미건조하게 헤쳐나가던 나 자신이 하나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이유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얼마정도 넘기고 나서는 그러한 나 자신의 무디어진 마음이 허물어지고 어느새 눈동자에 물기가 아른거리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그저 자신이 감당한 일들과 자신의 환자들이 처했던 불행했던 과거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인데도, 그 이야기들이 자꾸 내 마음의 여린 구석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먼저는 저자와 그의 남편 그리고 그들을 도와 지난한 시간을 견디며 불행한 환자들을 보살펴 온 사람들에 대한 찬사와 감사, 아이를 출산하며 생긴 합병증으로 인해 남편과 가족과 사회로부터 무참히 버림받고 내버려진 여인들-실제로 우리나라로 생각한다면 10대 소녀들-에 대한 동정과 안타까움, 환자들이 치료받고 회복하는 과정 자체에 담겨있는 희망, 그리고 그 뒤에 슬며시 내게 다가오는 안일한 내 삶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감정들이 내 안에서 서로 겹치면서 이루어낸 반응이겠지요.......

 읽는 내내 한 사람의 열정과 헌신이 사람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무한한 희망과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 부부의 헌신에서 시작된 에티오피아의 누(fistula)병원에 대한 이야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있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에티오피아의 버려진 여인들의 아픔만이 아닌 세계 도처에 널려진 가난과 불행과 아픔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용한 답을 생각하게도 합니다. 저자인 캐서린 햄린 부부처럼 누군가는 나서서 현장에서 부딪히며 일을 헤쳐나가는 사람도 있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들의 뒤에서 묵묵히 여러 모양으로 후원했던 이들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비록 작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하나쯤은 지금 당장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슈바이쳐 박사의 전기를 읽으며 그의 삶을 존경스럽게 여기었고, 마더 테레사 수녀의 죽음을 보면서 성스러운 일들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다는 안타까움에 잠시 사로잡혀있던 내게, 아직도 세상의 많은 곳에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슈바이쳐 박사나 마더 테레사의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어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구석에서 묵묵히 섬기며 봉사하는 그들의 삶이 바로 우리가 아직까지 또 다른 건강하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가 조금만 마음을 연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러한 희망의 이유 마지막 끝에 조그맣게 이름을 새길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듭니다. 나와 우리 사회 그리고 자라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그러한 희망의 싹을 키우는 이들이 있고 또한 나도 키울 수 있다는 그러한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병원을 섬긴 저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병원의 가족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와 함께  앞으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그들의 삶속에 담아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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