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국어 교과서 3 - 순우리말 되기 전에 시리즈 15
이승희 글.그림, 조항범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년전 초등 1년이 되는 아들녀석이 만화국어교과서 1권을 읽고서 우리말의 철자와 맞춤법에 대해서 요리저리 조잘대던 기억은 아직도 한아이의 부모로서 흐뭇한 미소와 함께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요즈음은 더 심해져서-모든 학습서의 만화화라고 해야하나요^^- 어찌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초등 저학년 둘을 둔 의욕넘치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독서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었던 터라, 만화로 된 학습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던 때였고, 그래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던 책 몇권만 허락하던 때였는데, 당시의 그러한 경험은 만화에 대한 나의 시각을 많이 누그려뜨려 주었습니다. 즉, '만화라도 괜찮다. 잘만 만들어진다면 재미와 더불어 학습효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식의 타협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 야금야금 양보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아이들 곁에 있노라면, 손에 만화책이 들려있는 시간이 훨씬 많어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리 기꺼이 그리고 반갑에 이 책을 맞이하는 것은 아이가 다시 이 책을 보고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한번 흠뻑 빠져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바람때문입니다. 솔직히 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것도 있답니다........^^ 

 우리말, 그 중에서도 순우리말 100개. 처음 책을 들때는 그래도 부끄럽지 않을만큼은 알것이라고 자신했는데..... 한장 두장 넘기다 보니..... 많이 쑥쓰러워집니다. 아이 몰래 보는 거라서 그래도 혼자 쑥쓰럽고 말지만, 제대로 의미를 알고 있는 말보다 아리송한 것이 더 많고, 아리송한 것보다는 아예 짐작도 못할 말들이 상당하다는 걸 알고나니, 그 쑥쓰러움이 그냥 쑥쓰러움으로 사라지질 않고 부끄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이거라도 제대로 알아보자는 진지함으로 다가서기도 합니다. '시나브로'. 아름다운 순우리말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입니다. 그뒤에 하늬바람, 가람-강 또는 호수의 순 우리말-, 사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 보슬비 등이 줄줄이 떠오르곤 하는 단어들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대다수이고, 그것들이 순우리말이라는 의식도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서문의 원작자와 작가의 말처럼 듣기만 해도 정겨움이 느껴지고, 딱딱한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폭신폭신한 흙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은은한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책에는 명사와 형용사, 동사와 부사로 나뉘어진 100개의 순우리말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명사편은 다시 자연과 기후, 땅과 물, 사라의 부류, 우리 몸과 기능, 능력과 성질, 시간과 세월, 물건과 모양에 대한 말들을 따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보라, 소소리 바람, 먼지잼, 산돌림, 삼사미, 샘바리, 더펄이, 드레..... 처음 들어보는 말들이지만 낯설기보다는 반갑고, 뜻을 알고나면 더더욱 살가워지는 말들입니다. 주인공 곰돌이와 밤톨이가 아웅다웅하며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알아가는 우리말들에 대한 느낌은 정말 포근한 것들이 내게 안겨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미 사용되지 않고 사전이나 문학작품 속에서만 가끔씩 등장하는 말들도 있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며 대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며 앞으로 사용해 보지 않을테냐고 시위를 해 대곤 합니다. 아마 아이들도 곰돌이와 밤톨이가 알려주는 이러한 우리말을 대하다 보면, 고운 글에 담긴 아름다운 소리에 반해서 여느 어른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순우리말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서 놀아보는 시간이 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도 순우리말을 만나면 이유없이 반갑고,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 한켠에 소중한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또한 그 공간에 담긴 말들을 멋지게 우리 삶에 되살려 낼 수 있는 지혜도 함께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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