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101가지 시리즈
곽윤섭 지음, 김경신 그림 / 동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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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찍기에 대한 책..... 당연히 그러한 책에서 그럴듯한 사진 몇장쯤은 담겨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없습니다. 흑백이든 칼라든 사진이라곤 앞표지에서 뒷표지까지 아무리 뒤져도 하나도 나오질 않습니다. 대신 사진보다 훨씬 정감이 가는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다정스럽게 읽는 이를 맞이합니다. 굳이 책을 읽겠다고 자세를 잡을 필요도 없겠고, 중요한 팁을 정리할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을만큼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 그런 이 책에 대한 변명으로 저자는 '이 책은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팁을 끌어 모은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사진 잘 찍는 팁은 아주 많다. 심지어 서로 상충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선 팁을 뛰어넘는 개념, 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원리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동네 골목이든 산이든, 출사 나가기에 앞서 책의 순서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열어 보더라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 사진에도 힘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집어든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안내서입니다.  

 사진은 곧 삶, 삶에 우선하는 그 무엇은 아니다. 11번째 팁의 물 속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사진기를 던져두고 다이빙하는 사람을 그린 그림과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가 있다면 사진을 찍을 것인가? 그 어떤 명분도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하진 않다.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사진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설명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내가 나의 가족 사진을 찍을 때, 또는 멋진 풍경을 좀 찍어보려고 낑낑거릴 때, 무엇을 위해서 그리하였던 것일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진지하고 진솔한 삶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듯 사진도 우리의 그런 삶을 담는 것이라는, 그럴듯하게 꾸미고 채색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아름다운 사진은 삶자체가 오롯이 담겨 있는 그런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진속에 담긴 모습과 풍경이 찍은 이의 삶의 방식이나 관점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한다면, 결국 내 사진에 힘을 주는 팁 하나는 꾸미지 않은 진지한 내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진은? 저자는 '가장 좋은 사진은 재미있는 사진이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본인에게, 사진을 보는 다른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사진은 없다.' 책 중간에 어떤 이는 일년에 마음에 드는 사진 한장을 건질 수 있다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지만, 가족들이 둘러앉아 빛바랜 사진첩을 보면서도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앞에서의 저자의 말처럼 그 사진을 찍은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와 추억이 담겨 있는 좋은 사진들이기 때문이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나같은 초보자에게도 참으로 많은 좋은 사진 -물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가족이나 친구 또는 친척으로 한정되긴 할지라도-들이 있다는 허풍선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 사진들에는, 나와 가족들에게만 통하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힘이 팍팍 들어가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진을 잘 찍는 팁은 수도 없이 많다.' 여러 사이트 중에서 가장 유용한 곳은 코닥사 (www.kodak.com)이라고 저자는 친절히 알려줍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얼른 설익게 배워서 그럴듯하게 찍은 사진보다는, 조금 세련되지 못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웃을 수 있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더욱 잘 찍는 팁에 대한 애착보다는 저자가 곳곳에서 말하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고 또한 애착이 갑니다..... 그런다면 영영 초보자 딱지를 떼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가족들에게만큼은 영원히 좋은 사진들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요. 결코 다른 사람들은 해 줄 수 없는 이야기와 웃음을 담은 좋은 사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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