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 어느날 과학이 세상을 벗겨버렸다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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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라고 하면, 아직도 우리의 삶과는 동떨어진 물리학이나 천문학, 또는 유전학 등을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매일 손에 들고 사용하는 핸드폰에도, 우리를 즐겁게 하는 텔리비젼에도, 자동차에도, 사무실의 컴퓨터와 천정에 달린 전등이나 형광등 등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과학적인 원리들이 적용되고 실용화된 것이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그안에 담긴 이런 저런 과학의 원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식의 원리를 이해할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생활 속에서 과학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과 타당성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떠한 문제를 대하고 풀어나갈 때 아무런 근거없이 막연한 경험이나 느낌으로 행하는 주먹구구 식의 처방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과학'을 실제 삶속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우리가 반도체를 잘 만들고, 자동차를 잘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과 풍요속에서 여러 과학적인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과학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속에 살 것이 아니라, 과학이 말하는 가장 합리적인 사고방식 즉 이치에 맞고 근거가 확실한 주장을 내세우고 토론할 줄 아는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랬을때에야 진정으로 과학이 우리 삶속에 들어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와 문화, 사회와 인간이라는 주제에서 찾은 여러가지 소재들을 과학이라는 사고방식을 통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치인이 비리 한방에 감옥으로 날려가지 않고 자꾸 고개를 빳빳이 들고 국민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이유나 BBK 사건이 검찰을 그럴듯한 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인 분석은 이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에의 신선한 접근방식을 느끼게 합니다. 과학이론과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의 공통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몇몇 드라마와 영화를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장점과 단점들에 대한 지적도 그럴듯해 보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훌륭한 영화는 결코 과학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 현실감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과 소재의 고갈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헐리우드가 과학이라는 보고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고,  그 안에서 꾸준히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공받고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문화의 양과 질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학의 의미를 충분히 뒤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하겠습니다. 사주나 풍수에 대해서 과학적 원리로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게임이론에 의거한 분석도 우리에게 주어진 사실을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말하는 '인류원리'-인간이라는 지적생명체 자체가 어떤 물리계의 특성을 설명한다는 원리-를 통해서는 완벽한 시스템이나 조직만으로는 완전해 질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의견에 자신의 논리를 덧붙이고 합리성으로 포장하여 국민들 앞에 던져지곤 하는 갖가지 법과 제도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의 의미와 결과들을 읽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내용들입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던 다양한 정치, 사회, 문화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저자가 과학적인 사고라는 합리성을 갖춘 도구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솜씨는, 딱딱한 실험실과 강단에 갇힌 과학을 손에 들린 핸드폰이나 MP3처럼 우리가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도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모든 것들의 과학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과학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요리저리 잘 구슬려보는 노력들이라는 사실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 모두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모두가 과학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는 사회가 된다면, 책표지에서 당나귀가 속삭이는 '과학적으로 다스려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라는 말이 정말 그림속의 우화로 끝날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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