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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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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박단소..... 우리시대를 표현하는 단어중 하나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우직함보다는 봄바람에 날리는 꽃잎의 화려함이 더 눈길을 끄는 세상, 나이 든 어른의 통찰력보다는 젊다못해 어리기까지 한 사람들의 재기발랄함이 더 인정을 받는 시대..... 바로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고, 다양한 문명의 이기로 인해 더 편리해진 세상과 연결된 그러한 우리의 모습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답다는 것을 느끼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삶과는 더욱 더 멀어지고 있는 듯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풍요를 누리고 살지만, 더 행복하기보다는 불행을 느끼고, 혼란과 불안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정체성을 갉아 먹다가 스스로를 파괴해버리는 이야기는 이젠 신문의 기사나 텔리비젼의 뉴스에서나 보던 흔치 않은 가십거리가 아니라 바로 내 주변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한다 하였는데,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대부분은 그 뿌리를 소홀히 하고 어느새 꽃잎의 화려함에 현혹되어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흩날리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무백일홍이라 했듯이, 우리가 추구하던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무한한 발전에 대한 기대가 소리없이 다가온 여러 모양의 경제적인 위기들에 흔들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불안과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이때에, 아마도 그 중 많은 이들은 이런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닌데 라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깊은 뿌리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 뿌리를 '고민하는 힘',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탐구하는 힘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고민속에서 내적 반성에 이르고, 그러한 철저한 고민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에 이르는 정신적인 성숙의 과정이 바로 우리가 지금 겪는 혼란과 불안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이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제시하는 진지한 물음-고민거리-에 대한 해답을 찾는 시작으로서 인용되는 이들은 막스 베버와 나쓰메 소세키-소세키는 우리에게 낯선 사람이라는 것이 조금은 불만이지만- 두사람입니다. 서양과 일본의 근대의 초입에서 새로운 시대의 앞날을 바라보며, 새 시대에 대한 고민과 깊이있는 통찰력을 보인 두 사람을 통해서 저자는 현대인이 처한 여러 상황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서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가는' 근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지만 '그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시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시대의 한 가운데서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기 힘든 고립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두 지성인의 삶과 작품 속에서 백여년을 사이에 둔 '두 세기말'이 서로 통하고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그들의 문제 의식과 고민, 그리고 통찰력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는 생각으로 저자는 두사람의 사상을 쉬지 않고 좇으며 자신의 고민들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하여,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청춘은 아름다운가?'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늙어서 최강이 되라'에 이르기까지 아홉가지 문제에 대해 베버와 소세키를 통해 진지한 성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어진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접근하여 무언가 구체적인 해답 또는 의미에 이르는 과정을 작가 스스로의 성찰의 모습을 통해 읽는 이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의 제목에 큰 기대를 걸었거나, 저자의 이력에 대해 기대를 한 사람이라면 분명 책의 내용이나 결말들에 대해서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가 스스로 제시한 질문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얻은 마지막의 결론이 때론 너무 밋밋하기도 하고, 때론 대가다운 품격이나 힘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소양이 있는 이라면 스스로도 그러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심을 보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좀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진 여러 질문과 베버와 소세키라는 두 인물을 통한 진지한 성찰의 과정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저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주고자 하는 선생의 모습이 아니라 잃어버린 깊은 뿌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을 보인 앞서간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즉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그러한 질문을 풀어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길 또는 방법을 보여준 것이라고.... 그리고 저자의 고민해결의 출발점이 근대의 두 거인 베버와 소세키였듯이, 우리의 출발점은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마르크스나 엥겔스, 부처나 예수 그리고 링컨이나 함석헌 옹 등과 같은  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대의 혼란과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뿌리를 깊이 내리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는 점이 아닐는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가치를 모든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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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안기는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세상을 진지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특히 자라는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자기의 성만을 만들려고 하면 자기는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궁극적으로 말하면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나'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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