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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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작은 아이디어가 발전하여 현대의 거대한 문명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하는 일, 정말 그것이 상상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가 출현하고 어느 순간 돌조각을 다듬어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순간에서부터 시작된 우리의 문명은 이젠 도시마다 마천루가 솟아오르고, 밤이 되면 온 도시가 태양이나 별빛이 아닌 전기를 이용한 인공적인 빛으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컴퓨터와 여러 통신기기를 통해서 세계는 실시간으로 연결이 가능하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밖을 다녀오는 것이 꼭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닌 세상.... 아마 돌도끼를 처음 만들었던 사람도, 곡식을 저장할 만한 토기를 처음 생각했던 사람도, 쟁기를 처음 소에 묶어 밭을 갈았던 사람도, 철을 제련하여 무기를 만들고 강력한 활과 화살을 만들어내서 전쟁의 방법을 아예 바꾸어버렸던 사람들도, 또한 전기를 처음 발견하고 전화를 만들어 내고, 전구를 만들어 내었던 가까운 과거의 과학자들까지도 아마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한 문명의 발달로 인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주변에 넘쳐나기도 하지만, 과거의 발견과 발명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책을 보노라면, 우리 또한 미래의 자손들이 누릴 문명의 모습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운 미래가 어느정도는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펼쳐지는 세계는 과거의 조상들이 그리했던 것처럼 우리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지니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사람들의 상상은 대부분 주어진 틀안에서의 선형적인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고작일 뿐이어서,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전화기가 발명되었을 때 그것이 방송에서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선 통신은 본래 목적에 맞게 배에서만 사용할 것이라고 믿고,  IBM의 우두머리라는 사람도 미국에 4-5대 이상의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보이고자 하는 것은 과거의 단순한 사건-발견이나 발명-으로 인한 선형적인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건들이 모이고 우연하게 융합하여 어느 순간 1더하기 1은 2가 아닌 3이 되기도 하고 그 이상이 되기도 하는 혁신에 대한 것입니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총알이 폭발적으로 튀어나가 듯이 인류 문명이 그러한 혁신의 과정을 겪게 되는 연결고리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러한 변화의 과정과 그에 맞물린 혁신의 과정을 탐구하고 밝혀내는 것, 이것이 저자가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여러 사건들의 시작과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가곤 하는 매 단원을 읽다보면, 이 책이 단순한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사건들에 담긴 과학적인 사실과 의미까지도 상당한 이해를 바탕으로 씌여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당한 인내심과 이해를 위한 노력, 그리고 거기에 합당한 기본적인 과학지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책을 읽는 속도가 유난히 느렸던, 그리고 매번 앞뒤의 연결을 위해 내용을 더듬거렸던 시간에 대한 변명같은 말이지만, 각각의 단원에 담긴 내용들은 분명 일정수준 이상의 과학적인 지식이 있어야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은 나만의 엄살은 아니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어려움이 결국 저자가 말하는 큰줄거리에는 동의하지만 세세한 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면도 있지만, 이제와서 곰곰히 돌아보니 저자가 읽는 이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 하나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초로 또는 그 후로 한동안 선형적인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던 여러 사건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한 도구나 발명의 작동방식이나 사용법을 제대로 숙달하고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인데 비해, 현대 문명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둘러싼 여러가지 것들은 훨씬 세련되고 대단한 것들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삶을 훨씬 편안하고 윤택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 각각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그것이 고장났을 때 대처할 수 요령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에서, 과도한 변화와 복잡함을 동반한 현대 문명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도 있으리라는 깨달음과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들에 대한 앎이 아니라 그것들을 이루는 지식에 대한 줄거리와 연관 관계를 파악하고, 그 맥락을 놓치지 않는 지혜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러한 자각과 넘쳐나는 지식속에서 필요한 맥락을 간추려내는 지혜를 지닌다면,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 물결에 휩쓸려 가버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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