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이 허락한 작은 웃음을 즐겨라!' 책의 부제가 참 그럴 듯하게 저자의 글들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버트 풀검이라는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긴 제목의 멋진 책은 기억할 겁니다. '우리가 뜻있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복잡하고 대단한 행동이나 사상이 아닌,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배웠던 사실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사실을 전했던 그 책에 담겼던 메시지가 고스란히 이번 책에도 담겨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나왔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초판의 표지에는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소박한 아름다움, 거창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쉬운 진리, 작은 일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이 만들어낸 53편의 그림같은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번 책에서도 그때와 같이 세상에 숨겨진 소박한 아름다움과 알고보면 쉬운 진리, 그리고 우리 주변의 작은 일에 담겨 있는 기쁨과 감사의 제목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방법들, 우리 삶에 허락된 작음 웃음을 찾는 방법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시애틀과 모앱 사막, 그리고 그리스의 크레타 섬을 돌아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들..... 하지만 저자가 그곳들을 글쓰기를 위한 목적으로 여행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의 삶의 한 영역이자 공간으로서의 시애틀의 집과 모앱 사막, 그리고 이국의 땅 크레타 섬에서의 생활속에서 얻어낸 소박한 소재들을 저자 자신의 예리한 통찰력과 유모와 해학을 담아, 그러한 삶속에 담긴 웃음과 삶의 이유, 그리고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크레타 섬에서 처음 살게 되었을 때, 조깅을 하면서 미국인과 다른 손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현지인의 관습을 몰라 실수를 연발하는 그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과 놀림받음에 멋지게 응수하는 저자, 그리고 그러한 복수(?)를 또한 여유로운 크레타인의 웃음으로 받아내는 현지인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웃음' 편을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지구에서 웃으면 산다는 것에 대한 아주 단순한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웃음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세상을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이유가 있고 비결이 있고, 그리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서로를 기꺼이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와 앞뒤를 재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순전함과 단순함 정도가 필요할 뿐이라는 사실을..... 저자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은 바로 세상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또한 그런 웃음과 생각을 퍼뜨리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크레타인의 웃음과 같은 무엇으로도 이길 수 없는... 그리고 무엇으로도 무찌를 수 없는 웃음...... 

 '인생의 성공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얼마나 멀리 뛰었는지 혹은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에 상관없이, 마지막에 자신이 가진 것을 좋아하는 지에 달려있다...' 점프를 해서 멋지게 착지를 해내는 메뚜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을까요..... '도대체 무슨 짓을 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그것도 말해보시오.'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는 어머니가 엉뚱한 짓을 저질렀을 아이를 책망하는 소리를 듣고서 그 안에 담긴 이런 심오한 질문을 유추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삶에서 성공했다는 기분은 어디에서 놀아야 할지 아는 데 달려 있다.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고 통통하고 느린데 월드컵 팀에서 뛰어야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삶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리그를 잘못 고른 것이다. 그러나 동네 운동장에서 키 작고 통통하고 느린 사람들과 축구를 하며 골키퍼를 하는데 만족한다면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성공한 축구선수이다. 리그를 제대로 고른 것이다.' 삶에서의 리그와 영역의 문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하는 것..... 이러한 이야기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도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몇가지 방법들을 이미 내 삶속에서 실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웃음과 멋진 착지와 진지함.... 그리고 내게 어울리는 리그에서 인생이라는 공을 굴릴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을 가지는 것.....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어울리는 그런 방법 몇 가지쯤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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