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 - 무엇이 보통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김지승 외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한아름 안고 길을 가던 여학생이 그만 실수로 그 많은 책들을 바닥에 떨어뜨립니다. 당신이 옆에 있다면 그 학생에게 도움을 줄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을 듣게 되면 당연히 도울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나 역시 당연하게 그럴거라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정답(?)은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일 것 같습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당신이나 나는 그 여학생에게 눈길 한번 주고는 지나쳐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고 당신과 그 여학생만이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그 학생에게 당연히 도움의 손길을 내밀것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똑같은 사람이 이럴 때 이랬다가, 저럴 땐 또 저랬다가 하다니.....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바로 그렇다니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상황에 지배 당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바로 이 책의 주제입니다.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과 그런 상황을 지배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서 인간의 전혀 다른 두얼굴이 나타납니다. 어떤 모습이 우리의 참모습일까요......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21페이지의 연기가 자욱하게 깔린 지하철 객차안에서 사람들이 태연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때의 사진입니다. 그 많은 중 누구하나 나서지 않고 그렇게 10분간을 순한 양처럼 앉아서 기다리다가 엄청난 사고를 당합니다. 10분이라면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도 명백해 보이는 이상징후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일까요? 여기서 문제는 바로 여러 사람이 함께 있었던 상황에 있었다고 이 책은 실험을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혼자만 있었다면 당연히 무언가 행동을 했을텐데, 다른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스스로도 그리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상황이 결국은 대규모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이유가 되었을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바로 이런 상황의 힘에 휘둘리고 지배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여러 실험 결과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정말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상황의 힘에 굴복당하고 마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권위에 복종하고, 다른사람에 동조하고, 집단의 힘에 굴복하는 우리의 나약한 모습.... 바로 여러 실험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상황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인간은 상황을 지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상황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우리 삶의 결과 또한 그렇게 정해져 버렸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이 책 후반부의 주제입니다. 즉 우리가 상황을 좌우하는 사소한 포인트를 찾아내 바꾼다면 우리를 지배할려고 하는 상황을 멋지게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하철 선로에 끼인 사람을 모두 힘을 함쳐 구해내는 장면이나 작은 화단으로 무단 쓰레기가 가득했던 골목길을 깨끗하게 바꾸는 과정, 가로등 불빛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경이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던 이야기 등을 통해서 상황을 어떻게 멋지게 지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상황속의 인간이 무척이나 나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인간들이기에 상황이 사람들을 바꿀 수도 있지만, 사람이 상황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의 법칙이라는 동조자 3명을 모으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손가락을 가르키며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이 한사람 또는 두사람이었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시했지만, 세사람이 되었을 때는 구름같이 모여서 세사람이 가르키는 쪽을 쳐다보는 실험을 통해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사람의 동조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선로에 끼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하나 또는 둘일때는 그저 무심히 바라보지만 세사람이 나서서 밀기 시작하면, 주변사람들이 모두 달려들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지하철 역에서 있었던 객차를 밀어 사람을 구하는 모습이 바로 처음 세명에 의해서 멋지게 상황을 지배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 그리고 상황을 지배하는 인간. 이 두얼굴의 사나이가 항상 상황의 지배를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질문입니다. 즉 '나라면 안 그럴텐데'라는 교만한 생각보다는 결국 상황에 지배당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대한 겸손한 인정은 상황의 지배를 당하는 방관자나 외부인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일깨우고, 그러한 상황을 깨뜨리고 행동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결국 인간이 상황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그로 인한 부조리들을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한 배움과 지식은 또 다른 환경의 지배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는 토대가 되겠지요.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방법, 선이 선을 부르는 사회를 위한 방법, 그리고 이수현씨 같은 작은 영웅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 바로 우리를 지배하려고 달려드는 상황의 힘을 깨뜨리게 될 때, 당신도 그리고 나도 세상의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