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지체장애 아들 둘을 키운 아버지,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던 아들에게 '고속도로 타러 간단다. 역방향으로 말이야... 알라스카에 가지. 가서 백곰을 쓰다듬어 주자꾸나. 그리고 백곰에게 잡아먹히는 거야... 버섯을 따러 간단다. 독버섯을 따서 그것으로 맛있는 오믈렛을 해먹자꾸나... 수영장에 가자. 가서 제일 높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자. 물한방울 없는 풀장으로 말이야....' 등의 대답을 하였던 아버지, 정상적이지 않았던 아이들을 몇번이고 창밖으로 내던지고 싶었던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 그리고 글을 모르지만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했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책은 그 아버지의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잊어먹는, 다 커서도 인형을 빨고 다니고, 자신의 손과 이야기하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눈물로 호소하고 동정을 구하는, 또는 불평불만을 가득 담아 세상을 향해 내뱉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만 적당하게 웃길 줄도 알고, 적당하게 눈물짓게도 만드는 유머로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아버지는 두 아이를 통해 두번 세상의 종말을 맞이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자신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멍청하다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고 제대로 실패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비웃기도(?) 하고, 자신이 세상에 남긴 흔적(아이들)이 깨끗이 닦은  바닥에 흙 묻은 발로 발자국을 남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라는 당혹스러운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과연 아이들을 만들어 낸 것이 잘한 것인가라는 부질없는 질문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지푸라기 밖에 든 것이 없다는 표현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다고,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참아낼 수 없었던 적이 많았고, 그런 아이들이 자신이 사랑하기에는 너무 버거웠으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천사의 마음과 인내가 필요했겠지만 자신은 천사가 아니라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아버지가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읽는 이로 불편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진지해지지 않고, 너무 동정하지 않고, 너무 피상적이지 않게 이 아버지가 겪었을 삶에 대해, 그리고 두 아이들의 살았을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책을 읽으며 그리 생각했습니다. 이런 삶을 이리 살아낸 사람도 있구나... 이리 살아온 사람도.... 그리고 그런 삶을 이리 써내는 사람도....

 내게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들처럼 자라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옷을 입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으로 자라고, 말과 글도 유창하게 사용하고, 마음껏 뛰어다니기도 하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일들을 척척 해내는 귀여운 아이 둘이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는 "아빠 어디가?"라는 말밖에 할줄 몰랐고, 거기에 대해서 저자는 이런 저런 유머스런 답을 하면서 길을 갔지만, 나의 아이들은 나를 힘나게 하고, 기쁘게 하는 말도 곧잘하고, 또한 이런 저런 흥미있는 이야기들로 내가 귀기울이도록 만드는 재주도 있습니다. 저자가 아이들을 바글바글 낳아서 하고 싶어했던, 흥겹게 노래를 부르면서 산길을 걷고, 나무와 새와 별의 이름을 가르쳐줄 수 있고, 농구하는 법을 가르치고 함께 시합을 할 수 있고,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등등의 일을 멋지게 해 낼수 있는 아이들이 내겐 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자는 운이 없어서 유전자 로또에 도전해서 본전도 못 뽑았다고 한탄하지만, 내게는 멋지게 당첨되었다고 뽐낼만한 아이들이 둘이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 저자가 두 장애아이를 키우며 살았던 삶의 모양과 다른 멋진 것들을 쉽게 찾아낼수 없는 당혹스러움이 문득 내게 다가섭니다. 어찌보면 나와 아이들의 삶속에 담겨있는 평범함 자체가 멋진 선물일 수도 있겠지만, 장애아 둘을 키우며 멋지게(?) 살아온 저자에 비해서 내게 주어진 아이들에 대한 감사와 경이, 기쁨과 환희 등이 결코 더 풍요로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깊이를 모르는 절망이나 아이들을 창밖으로 던지고 싶은 충동같은 극단적인 감정은 훨씬 덜 하였을 수 있지만, 아이들로 인한 감사의 마음은 저자보다 훨씬 덜하지 않았을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낫지 못한 것을 책망하고 몰아세우며 비교하지나 않았는지.... 내 인생에 주어진 아이들로 인한 풍요로움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가는 것도 너무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등등의 많은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내게 아무런 극적인 선물이 될 수 없었던 삶의 어느 순간부터, 난 저자가 느꼈던 아이들을 통한 삶에의 성찰을 잃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너무나도 솔직한 이야기들과 그 안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 사람을 보아라!', '이 사람이 보이니?'.....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내던 나의 삶에 채워진 것들, 앞으로 채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밝히 볼 수 있기를, 그리고 이리 주어진 삶에 감사할 수 있는 이유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저자와 두아이의 삶이 곧 그들만의 삶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감당하며 끌어안아야 할,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